경찰 친목단체장 음주단속, 지구대장이 사과

2004.09.02 00:00:00

일선 경찰관들 반발
지구대장, 서장 "친목단체장에 사과한 적 없다"해명

경찰 친목단체 격인 `경찰선진질서위원회' 위원장이 지구대 경찰의 음주운전단속에 적발돼 면허가 취소되자 서장으로부터 질책을 받은 해당 지구대장이 오히려 위원장을 찾아가 사과까지 했다고 주장하며 일선 경찰관들이 반발하고 있다.
2일 수원남부경찰서 A지구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전 8시께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에서 모 유통업체 사장이자 남부서 선진질서위원장인 이모(56)씨가 혈중알코올농도 0.124% 상태에서 운전 중 이 지구대 소속 경찰들의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이튿날인 31일 오전 8시20분께 A지구대 지구대장 B경감은 직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남부서 서장과 이씨의 음주운전단속과 관련해 통화를 했고 오전 8시30분부터 있었던 지구대 조회시간에 선진질서위원장을 음주단속한 것에 대해 30여분간 직원들을 질책했다.
A지구대 소속 경찰 C씨는 "지구대장이 서장님한테 전화로 혼난 뒤 조회시간에 '선진질서위원장도 못 알아보느냐. 선진질서위원장은 매달 한번씩 서장님이랑 식사를 하는데 왜 단속했느냐. 앞으로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며 직원들을 마구 나무랐다"고 주장했다.
C씨는 또 "지구대장이 '서장님으로부터 선진질서위원장을 직접 찾아가 사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직원들에게 말했다"며 "이 일로 직원들의 자존심이 크게 상했고 많이 화가 나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B경감은 "선진질서위원장이 있는 유통업체로 찾아가 위원장을 만난 것은 사실이나 사과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며 "서장님이 사과를 지시한 적도 없고 그런 말을 직원들 앞에서 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B경감은 또 "조회시간에 직원들을 혼낸 것은 선진질서위원장을 음주단속해서가 아니고 경찰과 협력관계가 있는 단체장을 음주단속할 때는 친절하게 예의를 갖추라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남부서 서장은 "선진질서위원장이 우리 서 경찰들에게 음주단속을 받았다는 보고를 들었으나 해당 지구대장이나 직원들을 나무라거나 사과를 지시한 적 없다"며 "오히려 '선진질서위원장이라도 술마시고 운전하면 적발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선진질서위원장 이씨는 "지구대장이 사무실로 찾아 왔길래 '물이라도 좀 마시고 측정기를 불게 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하니 지구대장이 '미안하다'고 했다"며 "측정 당시 경찰이랑 같이 술마셨다고 말한 건 그렇게 하면 단속경찰이 편의를 봐줄까 싶어 거짓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옥기자 pio@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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