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대의 미디어산책]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

2022.01.14 06:00:00 13면

 

‘태양의 후예’ 이야기다. 강모연(송혜교)과 이야기를 나누던 유시진(송중기) 대위가 군대에서 온 전화를 받고 병원 옥상에서 헬기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은 참 멋있다. 군대 갔다 온 남자들은 그게 뻥이란 걸 다 안다. 그러나 유시진 대위가 버스정류장에서 노선도를 보고 있다고 생각해봐라. 모양 빠진다. 이런게 드라마의 판타지고 맛이다. ‘태양의 후예’ 대사도 유난히 맛깔스럽다. 첫 키스 이후 어색하게 만난 유시진 대위가 강모연에게 말한다.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 “ 심쿵이다. 남자도 그러한데 이 대사를 듣는 여자 마음은 어떠할까? 그냥 그 한마디에 오진다.

 

연말 김건희 씨 기자회견 뒷맛이 여전히 개운치 못하다. 남편한테 미안한 마음은 집에서 말하지 왜 국민에게….. 필자도 겸임교수다. 전임교수든 겸임교수든 그 일에 필요로 하는 덕목과 경력, 자질이 있어야 강단에 설 수 있다. 필요로 하는 부문이 모자라는데도 그렇게까지 그 자리가 절실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유치원 교사도 자격이 필요하다. 무자격자가 유치원 선생님 하면 법령위반이다. 남편 말로는 겸임교수는 시간강사라 그런게 중요하지 않다고 변호한다. 두리뭉실 화법이 그 부분에선 확실하다. 그래 이게 공정이지. 듣는 겸임교수 요즘 애들 말로 빡친다. 여기에는 점잖은 표현보다 감정을 드러내는 말이 더 정확하다.

 

그리스 시대 정치가이자 웅변가인 데모스테네스는 눌변이 웅변을 이길 때가 있다고 했다. 바로 진실과 진심을 담아 이야기할 때다. 등 떠밀려하기 전에 미리 과오를 고백하고 사과했다면 우리 국민정서상 이 정도로 뒷말이 번지지 않았을 것이다. 되기도 전에 영부인제를 없앤다는 말보다 너무 까발린다 싶을 정도로 진솔한 자기 고백과 사과가 선행되어야 했다.

 

이젠 이런 이야기는 하고 싶지도 않고 듣고 싶지도 않다. 진짜 중요한 건 5년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인지다. 믿고 맡겨도 뒤통수 맞는데 확인 안 해 볼 수 있나? 중요 정책별로 자신의 철학과 실행계획을 정확히 들어봐야 한다. 물어볼게 너무 많다. 그만큼 새정부가 해야 할 일이 산적해있는 위기상황이기 때문이다. 후보자들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판단은 국민이 하면 된다. 남 물고 들어가는 후보자의 모양이 비겁해 보이게 토론회 형식을 만들어야 한다. 상호질문은 없도록 하자.

 

자기들끼리 공격하는 격 떨어지는 모습에서 국민이 판단할게 줄어든다. 삼프로 TV가 뭔지 모르고 나갔다는 모자란 소린 듣고 싶지 않다. 말 잘하는 능력이 후보자의 능력을 대변하진 않는다. 말 못하는 YS 도 대통령 됐다. 대신 YS는 수십 년간 살아온 과정이 온몸으로 말해준 거다. 그 정도로 보여줄 후보자 있는가? 아니면 자신의 국정철학과 계획을 국민 앞에서 잘 프레젠테이션해야한다. 어차피 자기편은 갖고하는 게임이지 않은가? 세상이 두번 바뀌어도 지지후보가 안 바뀌는 절대적 지지자들이 여야별로 30%남짓 될 거다. 누가 중간에 있는 국민의 마음을 가져오는가 하는 게임이다. 20%, 이것이 어떤 의미에서 이번 대선의 민심이다. 시대정신이기도 하고. 한마디로 진영에 몸담지 않은 중도층이 대통령을 결정한다. 이제 후보들은 국민 앞에서 (능력 없음을) 고백할까요, (아직 준비 덜된 사람이 엉겁결에 나와서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할까요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유시진 대위의 말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지만.

김현대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