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의 징검다리] 교육감선거를 깜깜이선거로 치르지 않으려면

2022.05.17 06:00:00 13면

 

 

 

17개시도 교육감선거가 이번에도 깜깜이 선거로 치러질 전망이다. 교육감선거는 시도지사선거와 똑같은 광역선거인데도 대중적 인지도가 없는 교육계인사들이 소속정당도 없이 나오는지라 일반유권자 입장에선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선거가 될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매우 높다. 중앙선관위와 지역선관위가 특별한 책임감으로 달려들어서 교육감선거가 깜깜이 선거가 안 되도록 적극행정을 펼쳐야만 하는 이유다. 중앙선관위의 지침에 따라 지역선관위와 지역 언론이 합심해서 교육감후보들의 언론노출기회와 정책토론기회를 최대치로 올려놓는다면 교육감선거가 깜깜이 선거가 될 수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강원, 경기, 전북, 광주의 현역교육감은 3선을 채웠거나 고령을 이유로 출마하지 않는다. 이런 ‘무주공산’ 지역에선 후보들 간에는 몹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게 마련이지만 지역 언론, 특히 지역TV가 돕지 않는 이상 일반유권자들은 무지의 장막 안에 갇히지 않을 수 없다. 현직교육감이 출마하는 나머지 13개 시도지역의 경우에는 현직프리미엄 문제가 과도하게 발생한다. 현직교육감과 달리 도전후보들은 인지도 차이 때문에 고전을 면할 수 없다. 도전후보에게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며 유권자의 선택을 돕기 위해서는 여기서도 지역선관위와 지역언론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중앙선관위의 지침에 따라 지역선관위가 나서서 지역언론, 특히 TV방송사에 무소속 교육감선거의 특수성에서 비롯되는 깜깜이 선거경향을 극복하자고 독려해야 한다. 지역 언론, 특히 지역TV는 예비후보 기간부터 후보인터뷰, 후보정책분석, TV토론회 등을 부지런히 진행해서 유권자들이 교육감후보의 얼굴과 정책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북언론이 모범사례를 제공한다. 지역TV사가 돌아가며 예비후보 모두를 초청해서 지금까지 예비후보 TV토론회를 4차례나 성공리에 진행했다. 오는 17일에도 한 차례 더 예정돼 있어서 본선 개시 전에 이미 다섯 차례나 정책토론과 후보검증을 거친다. 이 정도는 하고 여론조사를 해야 여론조사란 것이 의미를 갖는다.

 

유권자들은 교육감선거를 통해 단순히 어떤 학교교육이 바람직한지를 넘어서 어떤 인간을 길러내고,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이며, 어떤 미래로 나아갈지를 선택한다. 교육감선거는 가치지향성과 미래지향성이 매우 강해서 선거과정과 선거결과가 의미를 가지려면 반드시 학교교육의 현실과 바람직한 미래사회에 대한 상당한 학습과 토론, 논쟁을 거쳐야만 한다. 이럴 때 교육감선거는 효과적인 주권행사의 장이자 좋은 시민교육의 장이 될 것이다. 교육감선거를 깜깜이 선거로 치르는 것은 교육에 대한 주권행사와 시민교육을 방해하고 민주주의의 미래를 훼손하는 일이다. 이 점에 대한 선관위와 언론기관의 대오각성이 요구된다.

 

교육감선거의 특징 중 하나는 다른 선거에 비해 정책선거와 토론선거에 몹시 친하다는 점이다. 첫째, 공익의 모든 분야에서 두루 일할 대표자를 뽑는 다른 선거와 달리 교육감선거는 교육이라는 전문영역에 한정된 대표자를 뽑는데 모든 시민은 10년 넘게 학교교육을 체험했기 때문에 교육감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동기와 배경지식을 갖는 점에서 그렇다. 둘째, 다른 선거와 달리 학부모라는 중단기적 고관심층과 교사라는 중장기적 전문가집단이 거대한 실체로서 존재한다. 학부모가 자신의 과거 학교경험에 비추어 자녀에 대한 파급력을 중심으로 후보의 정책효과를 판단한다면 교사는 전문가의 관점에서 후보의 정책효과를 현장적합성을 중심으로 판단한다.

 

교육감선거의 이런 특징을 살펴볼 때 교육감선거야말로 정책선거와 토론선거로 치를 수 있는 제반 조건을 두루 갖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정반대다. 교육감선거는 어디서나 깜깜이 선거로 치러진다. 선거를 2주 남긴 현 시점에서도 서울교육감선거관련 여론조사를 보면 유권자의 1/3정도가 잘 모르겠다와 지지후보 없음을 선택할 정도다. 공영방송이건 종편이건 아직까지 후보 간에 TV토론 한번 없었으니 당연하다. 나머지 2/3도 후보의 면면이나 정책을 알고 지지의사를 표명하는 건 아닐 것이다. 서울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진보단일후보를 놓고 여섯 명이 각축하던 시절의 경기도여론조사는 교육감으로 누구를 지지할지 모르겠다는 유권자가 60% 수준이었다. 이게 깜깜이 선거가 아니고 무엇이랴.

 

중앙선관위와 지역선관위, 지역 언론은 지금까지 고작 본선기간 중 법정 TV토론 1,2회를 열어 면피하는 수준에서 교육감선거를 깜깜이 선거로 방치해왔다. 이런 행태는 시민의 교육감선거권을 껍데기만 남기고 무력화할 뿐 아니라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중립성을 심대하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이중으로 반헌법적인 작태가 아닐 수 없다. 교육감선거에서 유권자의 알권리와 후보 간 공정경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앙선관위가 하루 바삐 지역선관위와 지역 언론의 고유한 역할을 강조하는 특별가이드라인을 제시, 권고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잊지 말자. 교육감선거를 깜깜이 선거로 치를수록 교육과 미래도 그만큼 깜깜이로 바뀐다. 중앙선관위는 교육감선거를 그 본질이 요구하는바 정책선거, 토론선거로 치를 수 있도록 지금 당장 행동하라.

곽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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