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죽음 부르는 ‘컨테이너 숙소’에 갇힌 이주노동자들

2022.05.27 06:00:00 16면

“축사만도 못한 열악한 주거환경 ‘7~80년대 판자촌’ 기억”
“고용노동부·지자체 관리 감독 사실상 방치 죽음 부채질”
“제도적 문제와 관계부처 무관심 큰 벽”

 

포천에 소재한 한 농장. 검은 차광막으로 가려진 허름한 비닐하우스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두컴컴한 내부에는 조립식 패널로 지어진 숙소가 있었다.

 

이곳에는 네팔 국적 여성 이주노동자인 리마(가명, 29)와 샤히(가명, 29)가 살고 있다. 비닐하우스 천장살 사이 줄을 걸어 만든 빨래줄에는 이들이 방금 세탁한 속옷과 작업복들이 낡은 만국기처럼 어수선하게 널려있었다.

 

방금일을 마치고 돌아와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리마와 샤히는 서툰 한국말로 “아, 목사님 오셨어요”며 김달성 목사(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와 함께 취재진을 밝은 미소로 반겨줬다.

 

이날 아침 7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일한 리마씨는 “여기는 그나마 최근에 만들어진 편이라 에어컨도 잘 나온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러나 이들이 거주하는 비닐하우스 안에는 에어컨 실외기와 LPG 가스통 등 화재가 발생할 때 대형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물품들이 곳곳에 있었다.

 

“돈을 많이 벌어 고향으로 돌아가 집을 짓고 미용사로 일하고 싶다”는 리마씨.

 

리마씨 처럼 ‘코리안드림’를 꿈꾸며 한국을 찾는 대다수의 이주노동자들은 자국보다 높은 금액의 급여를 받고 기술까지 배워 고향으로 돌아가면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소박한 꿈을 꾼다. 그러나 이들이 마주한 노동환경은 처참하기까지 했다.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주거 여건 문제는 지난 2020년 12월 20일 포천의 한 농장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캄보디아 국적 이주노동자 속헹(30)씨가 사망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속헹씨가 머물던 숙소의 난방시설이 고장이 나 매서운 강추위에 간경화가 악화돼 사망에 이른 것이다. 유족·동료들과 노동·시민단체들이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오랫동안 문제를 제기했다. 긴 시간이 흐른 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지난 2일에서야 속헹씨의 죽음을 산재로 인정했다. 또 지난 2월 22일 파주의 한 식품공장 컨테이너 숙소에서 46세의 인도 국적 이주노동자가 화재로 인해 목숨 잃었다.

 

김달성 목사(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그가 살던 컨테이너 역시 온전한 기숙사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다”고 증언했다. 이 사고에 이주노동자평등연대는 “정부가 열악한 숙소를 방치한 탓에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샤히·리마씨의 숙소 역시 기숙사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열악한 환경에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다. ‘숙소를 처음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들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에 드러난 수심이 심경을 대신 말하는 듯했다.

 

김 목사는 “축사만도 못한 열악한 주거환경은 우리에겐 ‘7~80년대 판자촌’ 기억으로 남았지만 이주노동자들에겐 현재 진행 중인 비극이다”며 “지자체는 이러한 불법시설을 철거하고 고용노동부는 관리 감독할 의무가 있지만 사실상 방치해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도 센터와 시민단체 등이 나서서 이 문제 해결을 촉구하지만, 제도적 문제와 관계부처의 무관심이란 큰 벽에 부딪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정창규 기자 ]

정창규 기자 kgcomm@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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