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현대판 노예제”…이주노동자 기본권·인권·노동권 침해 심각

2022.05.27 06:00:00 16면

[인터뷰] 김달성 목사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사법부마저 사업주의 이익 수호에만 급급해”
"고용노동부·지자체, 방기 속에 문제 지속"
"혐오와 편견, 차별 정책 극복해야"

 

“이주노동자들이 사는 숙소 가운데는 비가 새고 쥐들이 다니고 냉난방도 안 되는 곳들이 있다. 거기 사는 노동자들은 ‘여기 살면서 일하다 병이 들을까 겁난다’고 말한다.”

 

김달성 목사(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경기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축사만도 못한 주거환경에 시달리는 이주노동자들의 사례를 증언했다.

 

상당수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들어와 마주치는 것은 사람이 살아서는 안 되는 불법가건물 기숙사다. 이는 대개 검은 차양막으로 덮인 비닐하우스 안에 낡은 컨테이너나 조립식 패널로 지은 불법건축물이다.

 

취재진이 김 목사와 함께 방문한 숙소는 축사만도 못할 정도로 위생이 매우 열악했다. 이주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수도시설이 없어 지하수를 끌어올려 씻으며, 숙소 바로 옆에 마련한 화장실엔 악취와 구더기·곰팡이가 가득했다.

 

 

1980년대에 서울·인천에서 10년 동안 도시빈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목회를 한 김 목사는 2012년에 교회를 따라 포천에 왔다. 그는 주말마다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를 보며 이들을 돕기로 결심했다.

 

그는 처음에 이주노동자들과 만나기 위해 산재 지정병원에 출퇴근하다시피 하며 일과를 보냈다. 처음에는 환자들로부터 이상한 브로커가 아닌가하는 오해도 받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이주노동자들을 꾸준히 찾아가 산재보험 신청을 돕고 노동상담을 하다 보니 이들과 친해지게 됐고, 이를 기반으로 농장의 열악한 숙소 문제도 접수받을 수 있었다.

 

김 목사는 “산재 지정병원에 출퇴근하다시피 한 지 6개월 정도 지나서 친하게 지낸 이주노동자들로부터 농장에는 더 힘들게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많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직접 현장을 찾아가 보니 농장의 노동조건보다는 숙식환경이 더 열악했다”고 탄식했다.

 


김 목사는 “농장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기숙사는 대부분 불법가건물이다”며 “고용노동부가 그런 불법가건물을 제공한 사업주들이 기숙사비(매월 임금의 8~20%)까지 받을 수 있도록 지침까지 줬다”고 개탄했다. 이어 “지구촌 시대에 우리는 그들을 우리와 동등한 인간으로 보고 대우해야 하는데, 현실에선 그들을 ‘말하는 동물’로 취급한다”며 고개를 떨궜다.

 

내국인이 꺼리는 사업장에만 취업하도록 된 이주노동자들은 열악한 숙소와 일터를 당장 떠나기도 어렵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고용허가제’가 이들을 보호하기는커녕 이들에게 족쇄를 채우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이들이 사업장을 옮기려면 고용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취업비자(E-9)를 연장할 때 사업주들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함으로써 사업주와 이주노동자 사이를 철저한 ‘갑·을 관계’로 만든다.

 

지난 2011년 이주노동자들과 노동·인권단체들은 고용허가제의 위헌성을 밝히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2020년 다시 재심을 청구했으나 헌법재판소는 2021년 12월에 또 합헌을 결정했다. ‘사업주들이 외국인의 노동력을 원활히 확보하고 경영을 원활히 하려면 현행 고용허가제는 필요하다’는 게 합헌결정을 한 주요 이유였다.

 

김 목사는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모든 기본권·인권·노동권을 침해하는 근본 원인인데 사법부마저 사업주의 이익 수호에만 급급했다”며 “일터 이동의 자유까지 박탈하는 고용허가제는 일반적인 자본주의 기본원칙에도 어긋난 현대판 노예제”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김 목사는 “재작년 한파에 기숙사에서 사망한 속헹씨 사건처럼 이주노동자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불법가건물 기숙사는 농지법·건축법·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건축물”이라며 “지난 수십년 동안 지자체들은 그것들을 방치했고, 고용노동부는 불법가건물을 기숙사로 제공하는 사업장에 외국인노동자들을 고용 알선했다”고 설명했다.

 

속헹씨의 사망 이후 고용노동부는 불법가건물 기숙사를 불허한다는 새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업주들이 이 방침을 어기며 이주노동자들을 여전히 불법가건물에 기숙시키고 있다.

 

끝으로 김 목사는 “윤석열 대통령도 취임 당시 자유와 세계시민을 강조했는데 그게 진심이라면, 이주노동자에 대한 기본권 침해와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초저출산·고령사회에서 이제 농업·어업·제조업 등 여러 분야에서 감당하는 이주노동자의 역할을 인정하고, 이들과 상생할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을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경기신문 = 정창규 기자 ]

정창규 기자 kgcomm@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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