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형의 생활여행] 웰빙, 힐링, 칠랙스

2022.06.13 06:00:00 13면

 

성장과 부를 추구하며 빠르게 달려가던 세상은 육체적, 정신적 조화를 통해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웰빙(well-being)’을 일으켰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치유와 회복을 추구하는 ‘힐링(healing)’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이제 칠랙스(chillax)의 시대다.

 

‘쉬다, 놀다’를 의미하는 ‘chill’과 휴식을 의미하는 ‘relax’가 합쳐져 생겨난 속어 ‘chillax’는 ‘느긋하게 쉬다,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낸다’는 의미다. ‘chill’의 본래 뜻은 ‘무언가를 얼지 않을 정도로만 차갑게 한다’지만, 영어적 표현인 ‘cool’과 비슷하게 쓰인다. 즉, 시원하고 차분(cool)한 태도는 한층 나아가 삶이 과열되지 않도록 차갑게 식혀주는(chill) 삶에 대한 태도로 진화됐다. 실제로 칠랙스는 ‘긴장 풀다’를 의미하는 ‘chill out’과 같은 의미로도 사용된다.

 

삶에 대한 태도는 조화에서 치유로, 치유에서 식힘(가라앉힘)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긴장되고 과열될 것 같은 삶은 어떻게 식히고, 풀어줘야 할까?

 

웰빙, 힐링에 비해 칠랙스에는 주체성이 더 짙다. 앞의 두 개념이 명상, 요가, 산책 등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 이완을 꾀한다면 칠랙스는 무언가를 추구한다기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쪽에 가깝다. 그렇다고 마냥 늘어져 있는 것만은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자신에게 휴식이 되는 일을 한다는 게 중점이다. 건강과 회복을 위해 어딘가로 떠나지 않아도 되며, 더 좋은 방법이나 유행을 따를 필요도 없다. 달리기를 좋아한다면 달리기를, 독서를 즐긴다면 독서를 하면 된다. 집이든, 동네든, 경치가 좋은 곳이든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빡빡한 일상 속에서 편안하고 여유로운 자신만의 시간을 통해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칠랙스는 여행에도 적용됐다.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팬데믹의 긴장감과 국제적 상황에 따른 고유가 현상에 의해 집이나 근교에서 휴가를 보내는 ‘스테이케이션’이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국내에서는 바캉스를 집에서 보내는 홈캉스, 호텔에서 보내는 호캉스에 이어 카페에서 보내는 카캉스까지 생겨났다. 한옥스테이, 농촌스테이 등 한 장소에서 머무르며 그곳의 풍경과 체험을 즐기고 느긋하게 자신이 원하는 휴식을 취하는 형태도 늘고 있다.

 

웰빙한다며 건강식품 판매처를 돌아다니고, 힐링한다며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역으로 떠나던 시대가 끝나간다. 유명한 여행지를 찍으며 단체로 숨 가쁘게 돌아다니는 패키지가 점점 줄어들듯, 핫플을 찾아가 경쟁하듯 sns에 올리는 시대도 지나갈 것이다.

 

칠랙스가 유행처럼 번져가는 지금, 태그에 chillax라고 쓰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게 어떨까. 핫플을 검색하기 전 삶의 어디에서 과열이 됐는지, 무엇을 풀어주고 싶은지 돌아보고, 요즘 뜬다는 체험을 예약하기 전에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지를 살펴보자. 칠랙스는 다른 어디도 아닌 나에게서부터 시작되니까.

자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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