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대의 미디어산책] 그리운 알쓸신잡

2022.06.22 06:00:00 13면

 

겉절이는 비교적 간단한 반찬이다. 신선한 배추와 갖은양념을 잘 버무리면 된다.. 알쓸신잡은 유희열, 유시민, 황교익, 김영하, 정재승이라는 고급스런 재료를 나영석 특유의 판깔기와 편집으로 잘 버무린 겉절이다. 혹자는 이들 출연자를 보고 방송에 등장해 인문학 르네상스를 펼치는 어벤저스 군단이라 한다 알쓸신잡, 알아도 쓸데없는 신기한 잡학사전의 줄임말이다. 파격적 브랜드 네이밍이다. 이런 황당한 줄임말이 귀에 쏙 들어오고 눈이 떨어지질 않았다. 시즌1-2가 시청률 6-7%, 시즌3가 4-5% 정도면 비지상파 채널에서 그것도 비예능인 중년 남자 출연자들만으로 이룬 대성공이다.

 

나에게 알쓸신잡은 알아두면 (잘난 체하는데) 쓸모 있는 신나는 잡학사전이다. 내 잘난 체에 짜증 내거나 관심 없는 것은 듣는 사람 사정이고 난 잘난 체하면서 신나면 그만이다. 돈 때문에 떨어지는 자존감 그렇게라도 살려봐야지. 나영석 프로그램이 대부분 그러하듯 프로그램의 포맷은 단순하다. 가고 싶은 곳 돌아보고 함께 맛있는 밥 한 끼 먹고 그냥 떠드는 수다이다. 굳이 멋진 표현으로 하자면 여행 예능+함께하는 먹방+인문학적 수다 정도라 할까. 여행과 함께하는 밥상은 1박 2일부터 일관된 나영석 프로그램의 포맷이다. 여기에 출연자 면면이 한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이고 방송에 훈련된 캐릭터들이다. 그냥 펼쳐만 놔둬도 쏟아지는 말의 성찬을 주어 담기도 바쁘다. 인문학적 사유와 지식을 여행지의 역사와 문화라는 틀 속에서 끄집어내어 주고받으면서 펼치는 수다 대방출이다.‘어쩌다 어른’ 같은 그냥 듣는 강의 프로그램이 아니라서 공감하고 동조하고 같이 수다 떠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때론 그건 아니지 하면서. 사실 출연자 면면이 보통 시청자 수준은 가뿐히 뛰어넘는 전문가들이다. 근데 강의가 아니라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다 보니 알면 수다에 동참하게 되고 모르면 그런가 보다 하면서 들으면 된다. 나도 유식하네 하면서 자뻑도 하고, 맞아 요즘 프로그램들은 연예인 신상 털기와 시답잖은 이야기뿐이지 하며 젊은 세대 은근히 까면서 내 잘난 맛 느껴보기도 하고.

 

책에서 독자를 빼앗아온 TV가 이번에는 역설적으로 인문학 대중화에 기여했다. TV로 보는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확장판이라 할까? 오죽하면 전주시청 공식 블로그에 알쓸신잡 전주여행 먹거리 편이 그대로 요약, 설명되어 있겠냐? KBS의 명화 스캔들 이후 제대로 맛보는 지식 예능이라 할만하다. 예능이란 놈은 접착력이 강해 주변의 쓸만한 놈들에 다 달라붙어 지것으로 만든다. 관찰 예능, 주거 예능, 공익 예능, 지식 예능 하다못해 골목 예능 등… 뭐라 하던 제대로 된 교양스런 예능 프로그램이었고 시즌이 지속되길 기대했다 세상일이 내 맘 같지 않아 시즌3에 끝났지만 아직도 좋은 프로그램을 이야기하면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지식은 멋진 풍광 여행, 맛있는 먹방과 같이 어우러져 주고받는 수다스런 세상 이야기 속에 녹아있다. 그냥 삶의 즐거움 중의 하나로 잘 조화를 이루었다. 듣고 잊어버리면 어떤가. 작은 지식 하나 귀에 담아 나중에 생각의 불쏘시개로 사용하게 된다면 충분하지. 그냥 밥 먹고 차 한잔 하면서 같이 이야기 나누는 기분. 정말 잘 통하는 친구들과 저녁 한 끼 먹고 정담 나누다 들어오면 느끼는 흔쾌한 기분 바로 그것이다. 

 

알쓸신잡 참 그립다.

김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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