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영금의 시선] 폭우가 지나고 나면 (2)

2022.07.21 06:00:00 13면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면서 7월이 지나간다. 장마전선이 끝난 것은 아니고 비구름에 태풍까지, 멋대로 상륙하고 북상하면서 한반도를 지날 것이다. 태양이 작열하는 시간, 잠시 TV이나 전화기는 꺼놓고 물안개 오르는 곳을 찾아가 보자. 오물 찌꺼기가 밀려간 작은 냇가는 산속 계곡의 물처럼 맑고 새소리는 또렷하다. 옥수수는 우쩍 자라 이삭이 패었고 나뭇잎은 푸르다.

 

해질녘 된장 넣은 통발을 논이나 강가에 놓고 아침에 나가면 작은 물고기들이 오글거린다. 이것들을 새치네라고 하든지, 세치네라고 하든지 세치밖에 안되는 것이 팔딱이는 힘이 하도 세서 복날 더위를 가셔 줄 여름 보양식으로 지금이 적기다. 소금에 박박 문질러 씻어 호박이나 풋고추, 깻잎을 넣어 끓이면 세치혀의 입맛을 살린다. 새치네를 모르는 곳도 있고, 이것 저것 섞어서 끓인 것을 새치네 탕이라고도 하니 맛대로 멋대로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삼복에 이것을 먹었다.

 

그냥 퉁쳐서 어죽이라고 하는 것이 있다. 천렵이라고도 한다. 여럿이 강 위쪽부터 아래쪽까지 뛰어다니며 물고기 몰이를 해서 잡는다. 강변에 가마를 걸고 장작불을 피워놓고 잡은 물고기를 손질해 가마 가득 끓여 놓고 늘어지게 하루를 즐긴다. 기타를 잘 치거나 노래 잘하는 사람이 인기가 있다. 그러다 소낙비라도 쏟아지면 황급히 줄행랑을 친다. 숙박시설이 없으니 당일치기로 경치 좋은 곳을 골라서 직장동료나 친구끼리 놀다 보면 어쩌다 일탈의 시간이 휘딱 지나간다. 그냥 퉁쳐서 어죽은 북쪽이 고향인 사람에게 한여름의 추억이다. 남쪽에는 산해진미 부럽지 않은 음식의 풍요인데 그 깟 어죽이 머라고

 

삼복이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는데, 오이냉국이다. 폭우가 지나가도 오이는 매달려 있다. 무더위가 시작되면 제일 큰 것을 골라 사카린에 식초를 적절히 넣고 간장으로 색상을 조절하고 오이를 가늘게 썰어 넣는다. 아주 더운 날 오이냉국만 마셔도 더위가 가신다. 때로는 된장을 풀어서 만든다. 로마 사람들은 오이를 정신적으로 강인한 힘을 주는 채소로 인식해 병사들에게 절인오이 피클을 제공했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도 오이를 체력을 보강하는 강장제로 믿었다고 하니, 그런 건 몰랐어도 오이냉국을 먹어서 그런지 삼복더위를 잘 견디고 살았다.

 

지나고 보면 가난한 시기 고향인 북에서 먹었던 음식들은 부족했기 때문에 아끼고 귀하게 먹었다. 고향에서 이밥에 고기국을 먹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지금은 탄수화물의 과잉 섭취로 보리밥을 먹고, 건강 때문에 야채와 과일을 더 먹으려 애쓴다.

 

폭우와 폭염이 지속되는 7월은 습하고 뜨겁다. 장대비가 몰아칠 때는 무섭게 몰아쳐도 온갖 잡동사니들을 쓸어가 버리니 배속 내장이 깨끗해진 기분이다. 7월은 남북이 정전협정에 도장을 찍은 달이다. 지금도 휴전중인 정전협정에 도장 찍고 돌아서 나올 때 등 뒤에서 울렸다는 아리랑의 슬픈 노래, 이보다 더 슬픈 곡조를 만들 수 있다면 아픈 사람도 적을 것 같다.

 

 

위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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