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의 창] 19세기 크림반도 전쟁의 5가지 교훈

2022.09.01 06:00:00 13면

 

끝이 보이지 않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6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서방진영은 러시아의 핵전쟁 위협과 에너지 무기화에 질질 끌려다니며 각자도생의 길로 가고 있고, 전쟁에 대한 피로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역사는 우리에게 무슨 단서를 줄 수 있는가? 젤렌스키가 크림반도 탈환을 최종 목표로 삼은 점을 감안, 1853년부터 1856년까지 2년 반이나 질질 끌며 25만여명의 사상자를 낸 크리미아 전쟁은 반면교사가 된다. 양쪽의 전쟁 주창자들이 기진맥진해서야 평화협정이 체결되었다.

 

첫 번째 교훈은 ‘전쟁은 시작과 다른 형태로 끝난다’는 점이다. 독일의 군사전략가 클라우제비츠는 말했다. “전쟁은 그 어느 사안보다 우리가 예상했던대로 끝나는 법이 없다.” 1853년에도 전쟁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전쟁이 발발하자 대다수의 예측은 부정확하다는 것이 드러났고, 크리미아 전쟁이 러시아 본토와 가까운 곳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러시아가 무적이라는 믿음까지 널리 퍼져있었다.

 

두 번째는 ‘훈련이 덜 된 병사가 시원찮게 전쟁한다’는 것이다. 크리미아 전쟁이전까지 러시아 군대는 유럽 국가들의 공포의 대상이었다. 곧 러시아 군대의 허약함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사기가 떨어지고 어린 징집병 혹은 소작농으로 구성된 러시아 군은 장악한 지역 상당수를 잃고, 군사적 평가도 땅에 떨어진 상태로 종전되었다. 러시아무기는 영국이나 프랑스에 비해 성능이 뒤졌다. 영국·프랑스 군대는 원거리에서도 목표물을 정확히 사격할 수 있는 총과 부대로 무장했다.

 

세 번째는 ‘인기 없는 전쟁을 오래 끌기 어렵다’는 것이다. 언론인들은 최전선에서 기사를 송고하여 런던이나 파리에 있는 독자들은 안락의자에 앉아 전쟁 소식을 접한다. 문제는 전쟁이 기대했던 대로 잘 굴러가면 지지를 보내지만, 제대로 굴러가지 않으면 압력으로 작용한다.

 

네 번째는 ‘막연한 평화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1856년 파리협정을 맺으면서 양측 간의 적대행위는 종식되었다. 그러나 이 협정은 여러 근심거리를 남겨놓았다. 구멍이 숭숭 뚫린 남동부 유럽 국경 문제가 대표적이었다. 소위 “Eastern Question”은 1914년 1차 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각국 지도자들을 괴롭혔다.

 

다섯 번째는 ‘전쟁은 엉뚱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니콜라스 1세는 1855년 사망했다. 그의 아들 알렉산더 2세는 패배를 받아들였는데 당시로선 엄청난 충격적 사변이었다. 알렉산더 2세는 이 재앙과 같은 전쟁을 되돌아보면서 러시아의 전쟁수행능력은 강고한 계급 구조와 농노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 있음을 깨달았다. 이에 1861년 3월 농노제를 폐지하기에 이른다. 알래스카도 이 전쟁을 계기로 미국에 팔았다. 알래스카를 통치할 능력이 부족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역사적 전쟁을 통해 우리를 되돌아 보자. 김정은은 7차 핵실험 시기를 만지작 거리며 핵무기 고도화를 통한 동북아 세력 재편에 대한 망상을 버리지 않고 있다. 남한의 종속화는 당연한 수순이다. 한편으로 대북강경책을 구사하는 윤 정부의 안보전선을 무너뜨릴 기상천외할 모략을 꾸미고 있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 가운데 여전히 ‘평화’를 외치면 ‘평화’가 무조건 실현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강대국들이 전쟁의 길로 가고 있다’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을 다시금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이일환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