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간부행세 사기행각

2004.10.28 00:00:00

"미군부대서 빼냈다" 속여 못쓰는 물건 절반값 판매

최근 여주, 양평 등 농촌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군 간부행세를 하는 일당들이 사용이 불가능하거나 값싼 물건들을 미군부대에서 빼낸 것이라고 속인 뒤 절반가격에 판매하는 사기행각을 벌여 주민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군 간부행세를 하는 이들은 차적조회가 불가능한 미등록차량(일명 대포차량)을 이용해 도내 농촌지역을 돌며 혼자 있는 노인들에게 접근해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으나 경찰은 용의자들의 단서조차 파악하지 못해 피해 주민들이 더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28일 피해주민들과 여주, 양평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들에게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발생했으며 경찰에 신고된 것은 올해 들어서만 5건이다.
이에 피해주민이 발생한 지역의 경찰서들은 용의자 검거를 위해 공조수사까지 검토하고 있다.
여주군 대신면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방모(67)씨는 지난 21일 오후 3시께 군 간부행세를 하는 40대중반으로 추정되는 남자 2명에게 520만원을 사기 당했다.
이들은 방씨에게 접근해 자신들이 군 간부라고 밝히고 미군부대에서 몰래 빼낸 카메라, 시계 등 1천600여만원 상당의 전자제품을 절반가격인 800만원에 팔겠다고 제의했다.
방씨는 이들의 제의를 거절했지만 이들이 건넨 담배를 피운 뒤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방씨는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고 이들의 요구대로 인근 곡수농협에서 520만원을 현금으로 찾아 이들에게 건냈다.
이들은 나머지 280만원을 더 요구했지만 방씨가 정신을 차리기 시작하자 물건을 차에서 내려 놓고 달아나 버렸다.
정신을 차린 방씨는 자신이 사기 당했다는 것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
방씨는 "이들의 제의를 완강히 거부했지만 이들이 외제담배라며 준 것을 피운 뒤 정신이 희미해 졌다"며 "이들이 내 판단을 흐리게 하기 위해 대마초를 피우게 한 것 같다"고 억울해 했다.
방씨는 또 "물건을 받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으나 모두 싸구려이고 사용할 수 없는 물건도 있다"고 덧붙였다.
양평군 용문면에 거주하는 곽모(49)씨도 지난해 4월께 이 같은 수법에 240만원을 사기 당했다.
곽씨는 미군 하사관과 장교라고 밝힌 남자들이 미군부대에서 빼낸 무비카메라, 오디오 등 500만원상당의 전자제품을 부대회식비만 받고 팔겠다고 제의하자 현금 240만원을 선뜻 내줬다.
그러나 이들이 곽씨에게 배달해 준 물건들은 중국산 구형카메라, 값싼 오디오 뿐이었고 이들이 주겠다던 무비카메라 등 고가의 물건은 없었다.
곽씨는 "이들이 배달해 준 물건 가격을 다 합쳐도 불과 50만원을 넘지 않는다"며 "이들이 타고 다니는 구형 그랜져 승용차가 대포차이기 때문에 차적조회도 불가능해 경찰 수사에만 의지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여주경찰서 관계자는 "인근 경찰서와 공조수사까지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수사는 계속하고 있지만 아직 특별한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인옥기자 pio@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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