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헌정의 '오늘의 성찰'] 전쟁(戰爭)

2022.11.30 06:00:00 13면

 

오늘날 전쟁이 무익할 뿐만 아니라 얼마나 어리석고 잔인한지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전쟁이 그치지 않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자신 한 사람 한 사람의 실천행위를 통해서가 아니라, 정치인들에게 그 해결을 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여러 가지 행위를 피상적으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연구해보면, 결국 다음과 같은 슬픈 생각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지상에서 악의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명이 희생되고 있으며, 군대의 존재가 그 악을 얼마나 조장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군대제도라는 것은 원래부터 필요 없는 것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은 그들의 어리석음 탓이며, 또 그들이 몇 사람밖에 되지 않는 교활하고 부패타락한 사람들이 자신들을 착취하는 대로 내버려 두기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움과 슬픔을 금할 수가 없다. (패트릭스 라로크)

 

이 지구상의 주민들은 아직까지도 참으로 어리석고 생각이 얕고 둔감하여, 언론은 매일같이 가상적국에 대항해 군사동맹을 맺으려는 각국 수뇌들의 외교활동과 전쟁준비 기사로 장식되어 있고, 한편으로 국민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이 자기 자신의 것이라는 사실도 모르는 듯,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처럼 권력자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다. 


이 이상한 별의 주민들은 모두 국가, 국경, 국기라고 하는 것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는 신념에 세뇌당하여 자라왔기 때문에, 인류 동포의 의식이 매우 약하며, 조국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그 의식은 완전히 소멸해 버린다. 분명히, 의식 있는 사람들이 마음을 합치면 그러한 상황은 순식간에 달라질 것이다. 왜냐하면 개인으로는 아무도 전쟁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수백만의 기생충들을 거느린 정치 도당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 기생충들에게는 전쟁이 꼭 필요한 것이어서, 그들이 사람들의 마음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사람들을 꿀통을 놓고 그 위에 단단한 동아줄로 잡아맨 통나무를 매달아 곰을 잡는다. 곰은 꿀을 먹을 양으로 통나무를 홱 밀어젖힌다. 그러면 밀어 제쳐진 통나무는 되돌아와서 냅다 곰을 때릴 수 밖에, 곰은 화가 나서 더 세게 통나무를 밀어제친다. 통나무도 더 세게 곰을 때린다. 이런 식으로 통나무가 곰을 때려죽일 때까지 계속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적어도 이 곰보다는 영리해야 하지 않을까?

 

전쟁은 살인이다. 살인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아무리 많이 모이든, 또 그들이 자신들을 뭐라고 부르든, 살인은 역시 세상에서 가장 나쁜 죄악이다.

 

정부의 권력이 인정되어 정부가 국민을 지배하고 세금을 부과하며 재판제도를 만들어 사람들을 벌할 권리가 인정되는 한, 전쟁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전쟁은 정부 권력이 낳은 결과이다. 

 

제국(帝國)이란 팽창의 속성에 붙잡혀 있는 국가체제를 말한다. 곧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전쟁을 통해 약자를 제물로 바치는 것을 당연시 여긴다. 과거 바빌론이 그러했고 로마, 몽고, 당과 청나라가 그러했으며 포르투칼, 스페인, 영국, 프랑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이 길을 따랐다. 오늘날은 어떠한가? 미국은 갖가지 명목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 분쟁을 조장하고 침략하여 왔으며 안보라는 미명하에 온갖 전쟁무기를 강매하여 오고 있다. 따라서 미국(迷國)을 제국이라고 부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조헌정)/ 주요 출처: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조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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