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의 창] 2023년 리스크 예측과 ‘Unknowns’

2023.01.11 06:00:00 13면

 

작년 말부터 2023년 벽두까지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들은 올 한 해에 대한 여러 예측을 쏟아내고 있다. 대체로 낙관적인 예측보다 비관적인 예측이 더 우세하다. ‘위기’ 또한 가장 인기 있는(?) 단어로 자리 잡았다. 고대 그리스에서 ‘위기’는 옮음과 그름, 삶 혹은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 등을 의미했지만, 근대에서 위기는 선택조차 쉽지 않은 위기의 일상화 시대로 변모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도와 타이완의 위기, 식량 불안 위기, 경기침체 위기,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부채 위기, 이란 핵문제, 기후변화 악화 등은 단골이거나 중첩되는 위기 속 예측 소재들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은 거의 상수로 자리 잡아 국제정세 예측의 기본 축이 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예측에 한반도가 빠질 수 없다. 북한의 무인기 기습과 군의 허술한 대응 모습은 계축년의 한반도가 더 격랑 속으로 빠져들어 갈 것임을 시사한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본 적이 없는 지각변동’이 한반도에도 밀어닥치고 있음을 예고한다. 김정은 정권은 그간의 북한이 구사해온 對남한 전략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으며, 그 이면에는 핵무기와 미사일의 고도화가 거의 달성되었다는 나름의 자신감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한마디로 한반도는 변침점(way point)에 놓여 있는 것이다. 변침점은 선박이나 비행기가 목적지까지 여행하면서 중간에 항로를 변경하는 지점을 말한다.


문제는 김정은 정권의 철저한 ‘모호성 전략’ ‘속내 감추기 전략’으로 그 진정한 음모를 선제적으로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를 부시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을 역임한 도널드 럼스펠드의 표현을 빌리면 ‘unknown unknowns’이다. 즉 모르는 것은 모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미 정보기관이 중요한 국제적 사건에 대해 사전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비판하자 이에 대응하여한 말이다. 그러나 우리 정보기관은 럼스펠드의 자조적 단어를 수용하면 안 된다. 김정은 정권은 기발하고도 효험 있는 음모를 꾸미고 있을 것이다. 2008년 연평도 기습 포격 사건으로 상당한 재미를 보았기 때문이다. 당시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슬로건 앞에 상당수 국민들은 중국 송나라식 굴종적 평화를 갈망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김정은 정권에게 크나큰 자신감을 부여했을 것이다. 따라서 대북강경노선을 표방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기를 꺾기 위해,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술책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공격 방법과 상징적 장소, 시기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정보기관의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무력화 내지는 ‘동네 국정원’으로 전락한 오명을 이번 정부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그 길은 ‘위기 대응능력’과 ‘예측 능력’ 및 ‘상상력’을 보여주는 길 밖에 없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마틴 셀리그만 교수가 언급한, 인간은 예측하는 동물 즉 ‘호모 프로스펙투스(Homo Prospectus)’임을 국가정보기관이 먼저 실증해 보이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강해야만 전쟁터가 되지 않는다”는 대만 차이잉원 총통의 말은 우리에게도 딱 부합한다.

이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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