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수의 월드뮤직 세계사] 혹성의 언어 같은 아이슬란드의 희망어(Vonlenska) 노래

2023.06.01 06:00:00 13면

 

‘달나라에 갈 수 없다면!’

 

북유럽의 외딴 섬나라 아이슬란드의 관광 홍보 문구다. 아이슬란드는 거리만큼이나 상식에서 먼 일이 일어나는 나라다. 귀신 이야기부터.

 

아이슬란드에 건물을 세우거나 도로를 놓으려면, 예정 부지에 ‘정령이 살고 있지 않다는 증명’을 해야 한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경치 좋은 곳에 ‘땅의 신이나 땅 사람, 혹은 숨어있는 사람’이라 부르는 정령이 산다고 믿는다. (우리 식으로 바꾸면 도깨비, 터줏대감 정도가 될 듯)

 

2013년, 도로를 내려던 시공업체와 정령이 깃든 바위 훼손을 막는 주민들 간에 싸움이 일어나 법정까지 간 일이 있는데, 판사는 주민 편을 들어 ‘바위를 파손하지 말고 이전’하도록 했다나.

 

다음 이야기도 귀신 이야기급이다.

맥도널드 햄버거가 아이슬란드 국립박물관에 전시된 일이 있었다. 15년 전, 금융위기로 아이슬란드가 부도 위기에 처하자 맥도널드가 발 빠르게 철수했다. 폐업 하루 전, 조르투르 스마라슨이라는 남자가 햄버거 세트를 구입한다. 그는 먹다 남은 것을 집에 둔 뒤, 3년 정도 지나 발견했는데 놀랍게도 조금도 썩지 않은 상태였다. 이 신기한 버거세트는 국립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가 1년 뒤인가, ‘버스 호스텔 레이캬비스’에 옮겨졌고 지금도 계속 전시 중이란다. (방부제 논란이 일자 맥도날도 본사는 ‘습기 없는 날씨라 부패하지 않은 것’이라 해명했다나?)

 

아이슬란드에서만 만들어 판다는 ‘고래 맥주’도 이색적이다. 한 주류 업체가 고래잡이 전문회사와 함께 긴수염 고래고기로 만든 알코올도수 5.2% 맥주를 시판했다. 기본적으로 ‘과학적 탐구 목적’외의 포경이 금지돼 있는 나라에서 어떻게 허가 받았는지 궁금하다.

 

음악계에서도 아이슬란드만의 별난 이야기가 있다. 자국어가 있는데 굳이 세상에 없는 언어를 만들어 음악을 하는 록밴드가 있다. 시규어 로스(Sigur Ros).

 

1994년에 결성돼 30년 가까이 활동해온 유명 밴드로 우리나라 월드뮤직 애호가들에게는 꽤 알려져있다. 2013년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내한 공연을 했다. 일반인들에게 낯선 ‘시규어 로스’가 알려진 것은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JTBC ‘캠핑클럽’등에서 이들의 히트곡 ‘호피폴라(Hoppipolla)’가 인기를 얻으면서다.

 

혹성같이 광활하고 이색적인 아이슬란드 자연의 바람,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것 같다. 시규어 로스만의 음악어는 ‘희망어(Vonlenska)’로 불린다. 재즈 음악의 스캣처럼 이해할 수 없는 언어에 아이슬란드어를 살짝 곁들어 섞었다. 이 언어로 노래 제목을 만들고 노랫말을 만든다.

 

아이슬란드인들도 못 알아들으니 그저 마음으로 듣고 느끼는 수밖에 없다. 시규어 로스의 곡 중, 내가 자주 들었던 곡은 ‘Olsen Olsen’이다. 역시 제목의 뜻이 없고 가사도 해석되지 않는다. 뜻 모를 말은 음악처럼 들리고 반복해 들으면 명상 음악 같기도 하다. 삶을 지치게 하는 것 가운데 넘쳐나는 말들도 있다. 겉치레 말, 영혼 없는 말들......

 

시규어 로스의 희망어가 그걸 일깨운다.

김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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