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까지 역전세난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가 전세보증금반환대출과 관련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부는 다음 달 DSR 규제 완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전세금 반환 목적에 한해 일시적으로 DSR 완화 방안을 7월 중 마련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동안 임대인들은 DSR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속도로 집값과 전셋값이 떨어진 탓에 집주인이 돈을 빌려서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실거래 마이크로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지난해 1월 25.9%(51만 7000호)에서 지난 4월 52.4%(102만 6000호)까지 늘었다. 이는 전월세신고제를 통해 신고된 거래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역전세 위험가구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역전세 문제는 내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4월 기준 역전세 계약 중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 비중은 각각 28.3%, 30.8%에 달했다.
정부가 올해 들어 대출 규제를 완화한 것도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이 늘어난 한 요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 가계대출 규제가 강할 때 생활안정자금 대출 한도가 1억 원에 불과하다가, 최근 많이 늘었다"며 "1주택자의 비규제 지역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까지 높아져 대출 여력이 생긴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출 규제를 완화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다. 결국 빚을 얻어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임대인들의 대출 부담이 상당해질 수 있고 향후 연체율 확대 등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갭투자를 막기 위한 마지막 규제가 바로 DSR"이라며 "임대인이 집을 1~2채만 보유했다면 모를까 보유 주택 수가 많은 임대인들에게 DSR 규제를 풀어줬다간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에도 정부는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에 한시적으로 차주별 DSR 규제 적용까지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최근 "전세금 반환 보증과 관련된 대출에서 선의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제한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부분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DSR 규제라도 완화해야 그나마 역전세 등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역전세는 단기적인 유동성 문제이고 신용경색의 문제로 연결될 수가 있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역전세에 대한 한정적이고 한시적인 지원책의 틀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보증금 미반환과 같이 전세보증금이 안고 있는 리스크를 일부 해소하기 위해, DSR 규제 완화와 함께 보증부 월세로의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DSR 완화를 통해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을 받게 되면 대출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낮춰 반전세 등으로 주택을 공급하도록 유도해 미반환 리스크를 해소하고 월세 수익으로 대출 이자를 상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백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