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화성시가 도입한 ‘자살 예방 핫라인’의 성과가 예상을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나 이 시스템의 확대 시행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갖가지 이유로 생존이 버거워진 국민이 누르기만 하면 암담한 현실을 벗어날 길을 전문가들이 함께 모색해주는 성능 좋은 ‘비상벨’은 국가사회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안전망 장치다. 어둠 속 생사의 갈림길에 선 이웃을 구하는 일에 머뭇거릴 이유란 없다. 자치단체들의 ‘자살 예방 핫라인’ 대폭 원용을 추천한다.
화성시가 지난해 7월 전국 처음으로 ‘자살 예방 핫라인’을 도입한 뒤 1년 동안 269명의 극단적 선택을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이후 화성시의 인구는 급격히 증가해 100만 명에 육박한다. 이 같은 인구급증 추세를 따라 극단적 선택 사망자 수도 2017년 131명에서 2019년 188명, 2021년 202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2021년 기준 경기도 내 인구 70만 이상 지방자치단체 7곳 가운데 자살률 2위에 해당한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취임 뒤 ‘제1호 결재’로 ‘자살 예방 핫라인’을 설치했다. 단순 상담이 아닌 읍·면·동 맞춤형 복지팀, 복지관, 경찰·소방, 병원 등과 공동 대응하도록 체계를 만든 것이다. 이 결과, 지난 7월 말 기준 상담 건수는 모두 월평균 35건꼴인 449건(명)으로 집계됐다. 극단 선택과 관련이 없는 180건을 제외한 269건 중 극단적 선택 충동을 호소한 이들은 59%(159명)에 이르렀고, 실제 시도한 이들도 33%(89명)였다. 상담요청자 중 21명은 가족의 극단적 선택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유가족이었다.
상담을 유형별로 나눠보면, 신체·정신적 문제가 158건으로 가장 많았고, 가정불화 86건, 경제적 문제 36건 등이었다. 직장 동료나 이성·친구 등 대인관계 문제에 관한 상담도 있었다. 연령별로는 30대 106명, 50대 77명, 40대 75명, 20대 71명 등으로 나타나 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우울증, 신체질환, 경제적 문제, 자녀 양육 어려움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30대 여성, 이혼 뒤 빚에 시달린 50대 남성 등이 핫라인과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
현재 핫라인에는 전문요원 4명이 배치돼 주·야간으로 나눠 교대로 운영 중이다. 센터는 매주 한 차례 관리 사례를 시장실에 보고하고, 특별 관리 대상의 경우 시장 주재로 지역돌봄 회의도 열고 있다.
이는 단체장의 실용적인 의식 하나가 얼마든지 지역민 삶의 질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사례다. 269명이라는 숫자 뒤에 숨겨져 있는, 비용으로 환산할 수 없는 ‘생명 존중’이라는 어마어마한 효과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한국은 20년째 부동의 자살률 세계 1위 국가다. 하루 평균 36.6명꼴, 분으로 환산하면 40분에 한 명씩 자살을 감행하고 있다. OECD 표준인구 보정 기준으로 2021년도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3.6명으로 OECD 평균 11.1명보다 2배 이상 높다. 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비상벨을 찾지 못해 목을 매거나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에 빠진 이웃은 지금도 있다. 화성시의 ‘자살 예방 핫라인’은 큰 폭으로 확대 시행할 가치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