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택도시보증공사 ‘악성 임대인 공개’ 실효성 갖춰야

2024.03.19 06:00:00 13면

수원 전세사기 혐의자 보증금 편취 임대인도 명단에 없어

대규모 전세사기 범죄로 인한 막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의미 있는 제도로 기대되던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명단 공개가 전세사기 피해를 줄이는데 실질적인 성과를 내도록 하기 위해서는 실효성을 높일 방안이 재구축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기 피해 위험성은 여전한데 ‘빛 좋은 개살구’가 무슨 소용이냐는 불만이다.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지난해 3월 개정된 민간임대주택특별법·주택도시기금법에 따라 지난해 12월 말 악성 임대인 명단을 최초로 공개했다. 해당 명단은 국토교통부의 ‘HUG 안심전세포털’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공개 약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해당 명단에서는 고작 24명의 임대인만 등재돼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해당 명단에서 경기도 일대에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재판을 받고 있거나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임대인들의 이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수원에서 200억 원 상당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인 정씨 일가의 이름을 검색해 봤으나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또 본지의 보도로 알려진, 임대업 사무실을 운영하며 성남 중원구 도촌동에서 약 40가구의 전세보증금 100억 원 상당을 돌려주지 않은 사기 혐의자에 대한 정보도 확인할 수 없었다. 수원 일대 50억 전세사기 의혹 임대인의 이름을 조회해도 마찬가지로 확인할 수 있는 주택은 없었다. 


전세 세입자들은 임차인들의 사기가 의심되는 주택을 구분해낼 수 있는 능력이 태부족하기 때문에 악성 임대인들에 관한 정보는 절실하다. 그런 만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 기관이 악성 임대인들의 정보를 충실하게 제공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피해자들로서는 수억 원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사람이 여전히 주택 임대업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사업체가 어떤 상태인지, 사업자의 이력이 어떤지조차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 관계자도 “가장 확실하고 쉬운 방법인 명단 확인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사 측은 전국의 모든 악성 임대인을 파악하고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일축한다.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제도’는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다. 명단 공개 대상은 HUG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대신 돌려주고 청구한 구상채무가 최근 3년 이내 2억원 이상, 횟수로는 2건 이상인 임대인으로 돼 있다. 전세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해 임대사업자 등록이 말소된 지 6개월 이상이 지났는데도 보증금을 미반환한 임대인도 공개 대상이다. 공사 관계자는 “공사가 수사기관이 아닌 만큼 전국의 모든 악성 임대인의 명단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해명한다. 


HUG의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 제도는 대폭 개선돼야 한다. 여의치 않다면, 정부와 정치권은 다른 대안으로 임차인들에게 악성 임대인 정보를 광범위하게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영혼까지 끌어다가 마련한 전 재산을 하루아침에 악질 사기꾼들에게 떼이고 절망에 빠지는 비극은 어떻게 해서든지 막아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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