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종섭 호주대사 일시귀국으로 끝날 일 아니다

2024.03.22 06:00:00 13면

자진사퇴 후 사법적 판단 받는게 순리

이종섭 호주대사가 21일 귀국했다. 출국금지 상태에서 호주대사로 임명된 후 많은 논란을 뒤로한 채 지난 10일 출국한지 11일 만이다. 외교부는 방위산업 관련 공관장 회의 참석차 귀국한다고 설명했다. 외교가에서는 출국금지된 피의자 신분 상태에서 호주대사로 임명된 것도 이례적이지만 급조한 듯한 방위산업 관련국 공관장 회의를 명분으로 귀국한다는 것도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귀국 사유는 방산협력 주요국 공관장 회의 및 5월 초 한-호주 외교·국방 2+2 장관회의 사전조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본지 취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은 25일 예정이라고 외교부가 발표한 공관장회의는 지난 20일에 결정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 해에도 방위산업 공관장 회의가 두 번 있었지만 모두 화상회의로 진행됐다”며 “주요국 대사들이 공관을 비우고 이렇게 급하게 모여 논의할 현안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급조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공관장 회의는 외형상의 명분이고 실제로는 총선 최대 악재로 등장한 이종섭 호주대사 논란을 수습하려고 조기귀국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본지는 3월 8일자 사설을 통해 이 대사의 호주대사 임명이 국민 눈 높이로 볼 때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 대사의 출국금지를 해제했고, 이틀 호주로 출국했다. 이 때부터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다. 이번 총선 최대 이슈가 됐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국민의 힘 후보들의 지지도가 떨어지면서 대통령실과 여당은 더 이상 성난 민심을 무시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대사 조기 귀국으로 성난 민심이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있다. 한동훈 위원장은 지난 20일 총선 지원차 방문한 경기도 안양에서 "최근에 있었던, 여러분이 실망하셨던 황상무 수석 문제라든가 이종섭 대사 문제 결국 오늘 다 해결됐다"고 말했다. 정부 공식발표보다 먼저 이 대사 귀국소식을 알린 한 위원장은 이 날 "선거를 앞두고 국민 여러분의 민심에 더 귀 기울이고, 더 겸손한 자세를 보이는 것만이 우리 책임을 다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 대사 귀국으로 논란이 종식되길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론은 이 대사의 일시 귀국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경남 양산을에 출마한 국민의힘 김태호 후보는 “이 대사의 귀국이 여론무마책이 아니라 사태 해결의 시발점임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면서 “귀국 즉시 사퇴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철저하게 수사받아야 한다. 계급장 떼고 수사받는 게 국민 눈높이다. 그렇지 않으면 선거 내내 꼬투리를 잡혀 정권심판론의 단골메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철수 국민의 힘 공동선대위원장도 방송 인터뷰에서 이 대사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적 공분이 컸던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은폐의혹으로 공수처에 피의자로 입건된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한 것부터 잘못이다. 총선 최대 이슈로 부각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대사 스스로 사퇴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성난 민심은 꼼수로 잠재울 수 없다. 특히 총선을 코 앞에 두고 극도로 예민해진 민심을 외면한다면 여당으로서는 돌이킬 수 없는 참담한 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민심에 순응하는 정부 여당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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