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의 사소한 발견] 카르페디엠

2024.05.08 06:00:00 13면

 

카르페디엠(carpe diem)은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의미의 라틴어로 로마제국의 시인 호라티우스가 쓴 시에서 유래되었으며,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선생이 학생들에게 한 말로 유명해졌다. 카르페디엠과 댓구처럼 사용되는 메멘토모리(memento mori)는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의 라틴어로 고대 로마 시대에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의 개선행진시 노예 한 명이 장군과 함께 하여 계속 이 말을 장군의 귀에 되뇌었다고 한다. 아무리 개선 장군이라도 우리는 신이 아닌 인간이며,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잊지 말고 겸허히 살라는 뜻이다.

 

필자는 몇 개월 전에 인천 송도 끝인 인천대교 시작 지점으로 잠시 거처를 옮겼다. 그후 회사나 고객 상담을 갈 때에도 2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3000세대가 넘는 아파트 주차장의 구조가 불편하여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불만을 입에 달고 지냈다.

 

그러다 어느 날 거실에서 보이는 인천바다의 노을을 보고 너무 아름다워 말문이 막혔다. 그후부터 나는 자주 노을을 보러 바닷가로 산책을 나가곤 했다.  ’노을 하나는 아름답네.’ 불만의 마음이 조금 위로되었다. 그리고 출퇴근할 때에 거리를 눈여겨 보니 내가 어느 외국에 와있다는 착각이 든다. 송도에는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들이 많고, 저마다 모양이 특이해서 건물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특히 야간 조명이 켜진 시티라인은 너무 멋지다. ‘아, 좋은 점이 또 있네.’ 조금 더 위로가 되었다. 어느 휴일 오후, 거실 소파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가 눈을 뜬 순간, 창밖의 바다에 햇빛이 내려 찬란한 윤슬이 빛나고 있었다. ‘우와, 낮 바다도 아름답구나,’ 또 하나의 즐거움을 발견하였다.   그러고나서 생각해보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의 과정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에는 그것을 임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시점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놓치고, 정착하지 못하여 누릴 수 있는 것조차 잃어버리는 것 같다. 인생의 여정은 도착지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하는 것이다. 언제나 불만할 핑계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것들에 함몰되면 우리는 절대 현재를 즐길 수 없다.

 

언젠가 나는 송도를 떠나 더 교통이 편리한 곳으로 가겠지. 그때가 되면 이 아름다운 윤슬과 노을을 거실에서 감상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를 언젠가 그만두겠지? 그런데 그 회사의 좋은 점을 그 시점에 충분히 즐겼을까? 누군가는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언젠가 좀더 부유해질 수도 있겠지? 그러나 가난하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삶의 고뇌를 통해 깊은 생각을 해보는 기회를 놓치지는 않았을까?  우리의 인생은 어김없이 흘러가고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까 환경이 어떠하든, 자신의 상태가 어떠하든 삶의 어떤 순간도 중요하지 않은 때가 없고 임시로 사는 삶은 없는 거다. 눈앞의 장애물에만 집중하지 말고 그 상황에서 현재 즐길 수 있는 것을 발견하고 거침없이 즐겨라. 카르페디엠~! 메멘토모리~!!

권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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