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54)이 10일 2024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운데 서점가에 ‘한강 열풍’이 불고 있다. 한강의 수상을 계기로 한국 문학이 발전할 것이란 전망이다.
13일 오전 수원의 한 서점에는 한강의 작품을 찾으려는 사람들로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시민들은 매장에 비치된 도서검색대에서 한강의 주요 작품들을 찾으며 직원에게 재고를 문의했다.
이날 한강의 작품은 모두 ‘재고 없음’ 상태였다. 주요 작품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부터 소설 ‘흰’, ‘희랍어 시간’, ‘바람이 분다, 가라’, ‘여수의 사랑’,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등 모두 예약판매로 진행됐다.
교보문고 누리집에서도 베스트 판매 1위부터 10위까지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흰’ ,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등이 차지하며 인기를 증명했다. 누리집에선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댓글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서점을 찾은 김종아(29) 씨는 “평소 책을 자주 읽는데 이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더 관심을 갖고 책을 읽을 것 같다”면서 “독서에 깊은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독서 문화가 확산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 역시 한강 작품을 찾으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부모님과 함께 온 초등학생과 친구들과 함께 서점을 찾은 고등학생까지 설렘과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작품을 찾았다.
고등학생 이주은(18) 군은 “노벨문학상은 세계적으로 대단한 상인데, 이렇게 대한민국 작가가 아시아 최초로 받았다고 하니까 더 기분이 좋은 것 같다”며 “앞으로 우리나라 문학이 활성화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상 직후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등에서는 하루 만에 한강의 작품이 30만 부 넘게 판매되는 등 이례적인 기록을 세우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수상일인 10일부터 12일까지 한강의 작품은 26만 부 가량 판매되며 전일 동기간(7~9일) 대비 910배 신장했다. 외국인 독자들과 번역서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외서 판매순위에서는 'The Vegetarian' 판매가 높았다.
또 다른 대형서점인 예스24에서도 10일 밤부터 13일 오후 2시까지 한강 작품이 27만부가 판매됐다.
알라딘에 따르면 발표일 오후 8시부터 11일 10시까지의 판매량을 집계하면 전일 대비 ‘소년이 온다’는 521배, ‘채식주의자 901배, ’작별하지 않는다‘ 1719배, ‘흰’ 2072배 등 판매량이 증가했다.
한강의 작품을 구매한 고객의 연령대는 20대 이하 18%, 30대 21%, 40대 29%, 50대 24%, 60대 이상이 8%를 차지했고 전체 구매 고객 중 여성이 73%를 기록했다.
또 10년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도서 판매량을 수상일 기준으로 1년 전과 비교한 결과,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373.1배로 가장 많이 증가했고,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욘 포세가 294.4배 상승하는 등 노벨문학상 특수를 누렸다.
한 서점 관계자는 "수상 직후부터 한강 작품이 모두 팔려 재고가 없는 상태"라며 "출판사에서 책을 새로 만들고 있는데, 책이 언제 입고될 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이번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이 세계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대현 문학평론가는 “이번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개인적으로도 충분히 역량이 있지만 그 작품들을 끌어올린 토대가 한국 문학에 구축돼 있다는 것을 말한다”며 “한국 문학이 당당하게 세계 문학의 한 축으로서 명함을 내밀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문학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잊힌 상태였는데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문학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 다른 콘텐츠들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운다”며 “앞으로도 기초예술 분야로서 문학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과 육성이 계속된다면 K-콘텐츠가 문학을 토대로 계속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