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소재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는 등 사상자가 속출했다. 불을 낸 것으로 보이는 방화 용의자는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1일 오전 8시 17분쯤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의 21층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대응1단계를 발령하고 장비 45대와 인원 153명을 동원해 진화작업에 나섰다. 이후 화재 발생 약 1시간 만인 오전 9시 15분쯤 큰 불을 잡았으며, 오전 9시 54분쯤 완전히 껐다.
이 화재로 신원불명의 남성 1명이 4층 복도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70∼80대로 추정되는 여성 등 2명이 전신화상을 입고 4층에서 1층으로 추락해 중상을 입었으며, 4명이 연기를 마시는 등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의 조사 결과 숨진 채 발견된 남성은 이 사건 방화범 용의자로 추정됐던 60대 A씨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불에 탄 변사체의 지문을 확인해본 결과 방화 용의자로 추정하던 사람과 동일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A씨는 인화물질 액체를 담을 수 있는 용기와 농약 살포기를 연결해 불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이날 오전 8시 4분쯤 아파트로부터 1.5km 떨어진 빌라에서 "남성이 화염 방사기를 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신고로 경찰은 A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추적에 나서기도 했다.
A씨의 주거지에는 "어머니를 잘 부탁한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와 5만 원 현금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A씨는 지난해 말까지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3층에 살며 윗집 주민과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을 겪었고, 지난해 9월에는 윗집 주민과 폭행까지 벌여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으나 이후 처벌불원서를 작성해 형사처벌은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씨가 불을 냈던 빌라에는 그의 어머니가 살았으며 해당 빌라에서도 다른 주민과 자주 다툼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빌라 주민들은 A씨가 밖에서 학생들이 농구공을 튀기거나 하는 소리가 조금이라도 나면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했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욕하거나 시비를 거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