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노원구 중계동 104마을. ‘서울의 마지막 하늘마을’로 불리던 이곳이 재개발을 앞두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지난 9일, 철거를 앞둔 재가노인복지센터 ‘평화의집’에서는 신천지자원봉사단 서울동부지부가 마련한 마지막 경로잔치 ‘백세만세’가 열렸다. 38년간 이 터를 지켜온 어르신들과의 작별을 앞두고, 감사와 따뜻한 정이 오간 의미 깊은 시간이 펼쳐졌다.
‘백세만세’는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는 어르신들에게 단순한 물질적 나눔을 넘어, 소통과 교감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따뜻한 노후를 응원하는 신천지자원봉사단의 정기 프로그램이다. 이날 행사는 이전을 앞둔 평화의집과 몇 남지 않은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특별히 마련됐다.
1987년 임춘식 교수가 사재를 들여 설립한 평화의집은 지난 38년 동안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식사와 생활 공간을 제공해 온 재가노인복지센터다. 이날 경로잔치는 그 오랜 역사 속 마지막 행사로, 정든 터전과의 이별을 앞둔 어르신들에게는 아쉬움과 감사가 교차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서울동부지부는 그간 평화의집과 인연을 이어오며 이미용 봉사, 명절 떡 나눔, 벽화 그리기 등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펼쳐왔다. 이날 행사에서는 ▲카네이션 달아드리기 ▲국악 공연 ▲편지 낭독 ▲추첨 이벤트 ▲선물 나눔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돼 어르신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다. 특히 중고생 80명이 손수 쓴 편지가 전달되며 현장에는 뭉클한 감동이 번졌다.
임춘식 평화의집 대표는 “평화의집에서의 마지막 행사라 감회가 깊다”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더 나은 곳에서 새 출발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신천지자원봉사단은 일회성이 아닌 꾸준한 봉사로 어르신들과 함께해준 진정성 있는 단체”라고 전했다. 이어 “비 오는 날씨에도 끝까지 함께한 봉사자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한 어르신은 “정든 마을을 떠나야 하는 것이 아쉽지만, 이 따뜻한 마음을 간직하며 새로운 곳에서도 잘 지내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안정자 평화의집 복지팀장도 “가장 힘들었던 건 어르신들과의 작별이었다”며 “서울동부지부는 언제나 필요한 순간마다 함께해준 진심 어린 봉사단체”라고 말했다.
송용순 서울동부지부 국장은 “오랜 시간 정이 들었던 이들과 작별하려니 마음이 무겁지만, 어르신들이 웃는 모습을 보니 큰 위로가 된다”며 “앞으로도 어르신들을 가족처럼 돌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중계동 104마을은 1967년 무허가 판자촌으로 시작해 반세기 넘게 주민들의 삶의 터전 역할을 해왔지만, 재개발로 인해 그 모습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그러나 평화의집에서 이어온 나눔과 연대의 정신은 이전 예정지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며, 다음 달에는 ‘담벼락 이야기’ 프로젝트가 새 공간에서 이어질 계획이다.
[ 경기신문 = 신소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