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핵 이후 60일만에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 현장. 3일 인천지역 투표소에는 안정을 되찾고 더 나아진 사회를 바라는 시민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아이 손을 잡고 온 가족부터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노부부까지 저마다 모습은 다양했지만 투표에 대한 열정 만큼은 같았다.
이날 오전 8시 40분 계양구 서운동 서운중학교. 엄숙한 분위기 속 투표장으로 향하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세대는 달라도 혼란을 딛고 안정된 나라를 기대하는 목소리는 하나였다.
김종수 씨(67)는 “어려운 시기인데 정치, 경제, 군사, 사회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여론을 잘 수렴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종훈 씨(33)도 “점점 심각해지는 경제 문제를 해결하고, 정국을 안정화할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쯤 부평구 부평1동 부원초등학교. 잇따라 들어오는 시민들로 인해 등재번호에 따라 대기줄을 나눠야 할 만큼 붐볐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대부분은 서둘러 제각기 길을 갔지만 각자의 입장에 맞는 정책을 제안하는 이들도 있었다.
유아인 두 자녀, 남편과 함께 온 40대 박주란 씨는 “아무래도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다양했으면 한다”며 “현금으로 지원해 주는 것보다 무료 시설이나 제도가 많아지는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군대 입대를 2주 앞둔 대학생 오모 씨(21)는 ‘첫 투표’를 행사했다.
그는 “올바른 대표자를 뽑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확정적인 후보를 딱 정했다”며 “전 대통령 때 해결되지 않았던 청년 위주의 정책들이 잘 시행되면 좋겠다. 군 관련 혜택도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30대 직장인 남성 이모 씨는 편향된 일자리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그는 “인천에는 서울만큼의 양질을 갖춘 일자리가 많지 않다”며 “하지만 서울로 하는 출퇴근시간이 더 걸리다 보니 자취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또 자취비를 생각지 않을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후 11시 30분쯤 서구 검단동 행정복지센터는 점심 시간과 겹쳐 줄을 서지 않고 투표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비교적 한산했다.

하지만 센터 내 설치된 ‘인증샷’ 장소에서 투표 사진을 찍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김수빈 씨(24)는 “계엄 사태도 그렇고, 사회 갈등이 심각해서 좀 해소됐으면 바라는 마음으로 투표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80대 남성 이모 씨는 “앞으로 당선될 대통령이 특히 후세를 잘 살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미래를 걱정하기도 했다.
또 서구 한들초등학교 투표소에서 만난 황 모씨는 “초등학생 둘을 둔 엄마인데 투표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보여주려고 아이들 손을 잡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폭력 없고, 아이들이 맘놓고 뛰놀며 공부할 수 있는 학교 현장을 만들어 갈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대통령을 존경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1시쯤 연수구 옥련1동 인천능허대초등학교에도 유권자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는데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지은 씨는 (32)는 “투표는 국민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권리”라며 “새정부가 들어서면 경제가 나아지고 혐오와 차별이 사라지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서모 씨(45)는 “투표를 꼭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서 사전 투표를 놓쳤었다”며 “사회가 너무 어지럽고 힘들지만 다시 나라다운 나라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 투표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박지현·유지인·이기준·이현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