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배드뱅크 본격화…'재원·도덕적 해이' 우려

2025.06.09 15:02:56 5면

금융당국, 배드뱅크 설립 논의 착수
이전 정부보다 과감한 채무조정 예상
은행권 "이미 수 조원 지출…재원 부담"
성실 상환 차주 '역차별' 논란도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했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채무 조정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누적된 부채를 해소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분명한 만큼 대규모의 원금 탕감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재원 마련 방안과 차주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었던 코로나대출 탕감·조정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 검토에 착수했다. 배드뱅크는 자영업장의 부실 자산을 인수·정리하는 전문 기관으로 통상적으로 정부 재정으로 손실을 보전한다.

 

자영업자 부채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늘어났으며,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부실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의 총부채 규모는 1064조 2000억 원이며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한 자영업자는 14만 8000명에 달한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이뤄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 중 50조 원이 오는 9월 만기를 앞두고 있다. 

 

당국은 윤석열 정부의 새출발기금 운용 경험을 참고해 배드뱅크 설립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캠코는 개인사업자나 소상공인 중 부실(우려) 차주에 대해 최대 80%의 원금조정 및 분할상환 조치를 지원해 왔다. 지난 4월 말 기준 새출발기금에 신청된 채무액은 총 20조 3173억 원이다.

 

금융권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탕감이 새출발기금이나 과거 다른 정부보다 과감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금융위는 국민행복기금을 만들어 33만 명의 장기채무에 대해 원금을 최대 50% 탕감하는 방안을 시행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장기채무자 159만 명의 소액 채무를 모두 감면해 줬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경제 분야 TV 토론회에서 자영업자 빚 문제와 관련해 “단순 채무조정을 넘어 실질적인 채무 탕감이 필요하다”며 “다른 나라는 국가 부채를 감수하면서 코로나19 피해를 책임졌던 반면에 한국은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대응해 결국 국민 빚만 늘렸다”고 말한 바 있다.

 

문제는 재원 조달 방식이다. 정부는 지출 축소와 세수 증가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으나 지난 2년간 발생한 87조 원 규모의 세수 결손 등으로 건전성 우려가 커 여력은 제한적이다. 이에 민간 금융사들의 공동 출연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금융권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배드뱅크의 취지나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지난 몇 년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위해 수조 원대의 지원을 이어 온 상황에서 추가 지출은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책의 상당 부분이 은행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고 추가적인 출연 요구가 예상된다”며 “이미 윤석열 정부에서 상생금융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새 정부에서 또다른 신규 지원 사업이 시작되면 재정적 부담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주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가 나서서 빚을 탕감해줄 경우 '안갚아도 그만'이라는 신호를 줄 수 있으며, 나아가 그간 성실하게 대출을 상환해 왔던 차주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실제로 박근혜 정부 당시 국민행복기금으로 채무조정을 받은 사람 중 18.2%가 다시 채무 불이행자가 됐다. 이에 일방적 빚 탕감이 아닌 소상공인이 부채를 털고 재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방식의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부실채권 탕감이나 조정이 확대되면 채무자들이 고의적으로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면서 “선심성 정책보다는 중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구조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고현솔 기자 sol@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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