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9월 초, 평택향교에서 ‘현대 화장문화의 이해’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근동의 많은 유림께서 자리를 함께 해주셨고, 열띤 호응도 보내 주셨다. 자리를 마친 후, 교육 결과를 모니터링하면서 한 블로그에서 뜻밖의 글을 발견했다.
“평택시청에서 화장장 건립을 위한 사전 홍보 차원에서 교육이 진행되었다”라고 쓴 글이었다. 이는 사실과 전혀 달랐다. 이날 교육은 보건복지부 후원, 성균관 유도회 총본부의 ‘상례 문화 개선’ 전국 교육의 일환이었다. 이런 엉뚱한 반응을 보일 만큼 화장장 건립은 지역사회 초미의 현안이고, 큰 갈등이 잠재한 행정 행위 중 하나이다.
평택시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화장장 건립 후보지를 찾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 노력이 결실을 거두어 최종 후보지를 확정 발표했다. 필자가 직접 가 본 화장장 후보지 입구에 몇몇 반대 현수막들이 걸려 있지만, 그 자체로는 나무랄 것이 없었다. 적당한 높이의 산으로 둘러싸인 토지, 낮은 경사도, 양호한 접근성 등등 … . 포털사이트 지도로 둘러본 후보지 주변 여건도 큰 문제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언론을 통해 드러난 평택시 내부의 반대는 순리대로 풀어 나가면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을 문제는 안성시와 경계선에 아주 가깝다는 사실이다. 이미 해당 안성 시민들이 반대운동에 돌입했다. 이런저런 정치 일정으로 잠잠하던 안성시 정치인들까지 참여하여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처럼 시・군 경계선 부근에다 장사시설을 설치하려다 실패한 케이스는 더러 눈에 띈다. 가까운 예로, 이천시에서 여주시와 경계 부근에 화장장 입지를 잡았다가 여주시 측의 강력한 반대로 철회 좌절되었다. 경북 상주시에서는 문경시와의 경계 부근에 봉안시설과 자연장지를 설치하려다 문경시 측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포기하였다. 경기 화성시 함백산 추모공원 건립 과정에는 서수원 측의 강력한 반대 때문에 몇 년을 허송세월하였다.
이와 상당히 다른 예도 있다. 전북 서남권추모공원(정읍시, 고창군, 부안군, 김제시 공동) 건립 사례는 갈등 끝에 좋은 결실로 이어졌다. 애초 정읍・고창・부안 광역장사시설 입지를 광역행정에 참여하지 않은 김제시 경계 부근에 자리 잡은 게 갈등의 시작이었다. 당연하게도 인근 김제 시민이 화장장 반대운동에 나섰다. 반대운동은 확대일로로 치달아 김제시 정치인부터 시 당국까지 전면에 나섰다. 당시 갈등을 보도한 기사를 보면, 상당히 심각한 형국에까지 다다랐다고 한다.
그런 서남권추모공원 건립으로 인한 갈등 해결에 큰 힘을 쏟은 건 전라북도 당국이었다. 당시 전라북도는 6개 시 8개 군 중에 전주, 익산, 군산 3개 시에만 화장장이 있었는데, 그나마 낡은 시설이었다. 나날이 화장은 늘어가는데, 11개 시군에는 화장장이 없어, 원정 화장 등 화장 장례에 큰 불편을 겪고 있었다. 도에서는 중재자로서 양측의 입장과 주장을 모두 경청하였다. 그리고 김제시가 광역화장장 사업에 동참하는 것이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양측의 의견 조정에 나섰다. 전북도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어, 갈등은 해소되고, 전북 4개 시군의 광역화장장으로 자리를 잡아 지역 화장 불편도 크게 개선되었다.
이런 예에서 볼 때, 이번 평택시·오산시 광역화장장 후보지는 그 입지 특성을 고려하여, 안성시까지 참여 범위를 넓혀 추진하는 것이 더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본 전북도의 사례에서 보듯, 이 확대 과정에는 경기도 당국의 조정자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화장장 건립이라는 난제 해결에 광역 도의 행・재정적 지원이 더해지면 날개를 달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기초 지자체에서 경계선 넘어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 인센티브 제공은 쉽지 않다. 하지만 道 차원의 지원은 그런 제한이 없다.
지금까지 경기도 차원에서 화장장 건립에 나섰다가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부정적인 학습효과만 남겼다는 사실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 평택 화장장 건립 중재 지원은 보다 성숙한 광역행정의 수행이라는 차원에서 놓칠 수 없는 기회이다. 현재의 정치 지형도 좋은 열매를 맺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