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잡겠다더니…비아파트 전세시장 직격탄”

2025.07.20 16:04:15 5면

버팀목 대출 축소·보증보험 제약 겹쳐…청년·임대인 피해 확산

 

정부의 ‘6·27 대출규제’가 시행되면서 비아파트 전세시장에 급속한 위축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 가격 안정을 목표로 시작된 규제지만, 그 여파가 다세대·다가구·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청년층 임차인의 자금줄이 막히면서 공실이 늘고, 임대인들은 보증보험 가입 제한으로 전세 공급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7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는 한국임대인연합회를 비롯한 임대인 단체 소속 70여 명이 참석해 정부 대출규제의 역효과를 강하게 성토했다. 정부는 지난달 다주택자와 유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와 함께, 무주택 청년에게 제공되던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한도도 기존 2억 원에서 1억 5000만 원으로 축소했다.

 

문제는 해당 전세대출이 주로 1~2억 원대 원룸, 다세대주택 등에 거주하는 청년층에게 집중적으로 사용돼 왔다는 점이다. 대출 한도가 줄자 곧바로 역전세 현상이 발생하고, 월세 전환이 불가피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수도권에서 다가구 주택을 운영하는 한 임대인은 “빈방이 1년째 방치돼 있다”며 “대출이 줄어 청년 수요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 여건도 나빠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의 비아파트(연립·다세대) 전·월세 거래량은 6만 4648건으로, 전년 대비 15.9% 줄었다. 전국 다가구주택 인허가 물량도 올 5월까지 1만 6311가구로, 지난해보다 10.4% 감소했다. 서울의 경우 2232가구에 그쳐 2년 전(약 8000가구)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비아파트 시장의 구조적 문제도 악화되고 있다. 2022년 전세사기 사태 이후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강화하면서, 공시가격 대비 시세 격차가 큰 비아파트의 경우 실질적으로 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워졌다. 한 60대 임대인은 “건축비 15억 원을 들여 지은 주택이 공시가격은 12억 원도 안 돼 보증 대상 자체에서 제외됐다”며 “세입자가 살고 싶어도 계약 연장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세사기 예방이라는 명분은 이해하지만, 현실에서는 제도 미비로 인해 선의의 임대인과 임차인이 함께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이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보증금 반환 자금줄이 막히면서 전세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결국 월세 전환이 가속되면 청년·서민 주거비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시장 안정을 위해 6년 단기등록임대제도를 재도입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등록 시 의무사항은 늘었지만, 정작 가장 시급한 자금 조달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와 장려가 반복되면서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이 시장 흐름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통제하면 결국 민간의 공급 여력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며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규제가 서민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경고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오다경 기자 omotaa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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