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불법 계엄 피해 대학생에 '항소'한 정부…"억울함 풀 수 없어"

2025.09.17 14:22:19 7면

당시 박정희 계엄령 '불법' 판단에 군·검 "법리 검토 필요"
원고 백광수 씨 "법치국가 대한민국 정의 입각 판결 얻길"

 

6·3 항쟁 당시 부당하게 체포된 대학생들에게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으나 정작 정부가 항소했다. 재판부는 당시 계엄령이 불법이라 봤으나 피고인 국방부와 검찰은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2·3 계엄사태 후 특검팀이 내란 수사를 하는 등 불법 계엄에 대한 경각심이 높지만 정작 군과 검찰은 과거사 반성조차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최근 수원지법 민사9단독(김용희 부장판사)는 백광수·차진모 씨 등 2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가 백 씨에게 5500여만 원을, 차 씨에게 4900여만 원을 각각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지난 8일 피고인 '대한민국'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이 사건 소송지휘권자는 국방부와 수원고검이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계엄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고, 내용도 영장주의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고 위법한 것으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불법 계엄으로 백 씨와 차 씨 등이 체포된 만큼 이에 대해 국가가 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원고검과 국방부는 해당 계엄을 불법으로 보지 않아 항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고검 관계자는 "당시 대통령이 한일회담 반대 시위를 두고 계엄령을 선포했다"며 "해당 계엄 및 백 씨와 차 씨를 수사하고 구속하는 과정에 대한 위법성에 대해 법리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12·3 계엄사태를 일으켰을 당시 헌법이 계엄 선포 요건으로 규정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판단할 징후가 전무했음에도 계엄을 선포했고 결국 탄핵됐다. 6·3 항쟁 당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당시 한일회담을 반대하던 대학생 등의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한 만큼 불법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12·3 계엄사태 당시 계엄에 연루된 군과 검찰이 정작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한 6·3 항쟁이라는 역사적 과오조차 반성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원고 측은 항소한 피고 측을 규탄했다. 불법 계엄으로 체포된 것도 모자라 60년 동안 '내란 주모자'로 몰려 억울한 상황을 정당하게 회복했음에도 정작 정부가 이를 막아섰다는 것이다.

 

백 씨는 "지난해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공문 형식으로 사과받는 등 명예가 회복되는 줄 알았으나, 정작 군과 검찰이 항소해 억울함을 풀 수가 없다"며 "개인 입장으로 수십 번 대정부 질의를 했지만 '허공의 메아리'였다.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정의에 입각한 판결을 얻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백 씨 등은 한일회담 반대 시위 전날인 6월 2일 남대문시장 인근 여관에서 가두시위에서 사용할 현수막을 만들던 중 경찰관들에 의해 체포돼 연행됐고, 차 씨는 시위 이튿날인 6월 4일 불심검문을 통해 경찰서로 연행돼 구금됐다.

 

군검찰은 이들을 내란예비음모 및 내란미수 혐의로 기소했고, 검찰은 계엄 포고가 해제(1964년 7월 29일)된 이후 사후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해 구속했으나 혐의가 가볍다는 이유로 공소기각 결정이 났다.

 

이후 2023년 12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이 사건을 '한일회담 반대운동 대학생 불법 구금 등 인권침해 사건'이라 하며 진실 규명을 결정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

박진석 기자 kgsociety@naver.com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원본사 :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일로 8, 814호, 용인본사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974-14번지 3층 경기신문사, 인천본사 : 인천광역시 남동구 인주대로 545-1, 3층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경기, 아52557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