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김(Gim)이 글로벌 시장에서 ‘헬시 스낵(healthy snack)’으로 부상하며 식품업계의 제품 전환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전통 반찬 이미지였던 조미김이 글로벌 시장에서 ‘단백질·저칼로리’ 간식으로 인식되면서, 국내 제조사들은 김을 부각 칩·플레이크·고단백 바 등 스낵형 제품으로 빠르게 재해석하는 모습이다. 일부 기업은 아예 해외 거점 확보에 나서며 K-스낵 자체를 수출산업으로 전환하는 전략까지 구체화하는 분위기다.
업계의 제품 전략은 이른바 ‘스낵화(snackification)’로 요약된다. 김의 식이섬유·미네랄 기반의 ‘건강 간식’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글로벌 취향에 맞춘 시즌드(seasoned) 제품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국내 대형 식품사들은 트러플·하바네로·레몬그라스 등 이색 시즈닝을 입힌 김 부각 칩을 연달아 출시하며 해외 소비자 반응을 끌어냈는데, 이는 최근 CJ제일제당이 중동 시장에 선보인 ‘비비고 김스낵’ 전략과 맞닿아 있다. CJ제일제당은 제품에 할랄 인증을 적용해 UAE·사우디 메인 유통망 진입을 시도하며, 김 스낵 시장의 글로벌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다른 제조사들도 김을 ‘스낵 플랫폼’으로 재정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현미·퀴노아·견과류 등을 김에 결합해 칩으로 구현한 제품, 샐러드·수프·파스타 등에 바로 넣을 수 있는 토핑용 김 플레이크 등은 이미 해외 시장에서 반응을 확인한 품목이다.
HMR 성장세와 맞물려 저염·저유지 김자반은 편의식 수요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귀리·단백질 파우더·아몬드 등을 압착한 ‘고단백 김 에너지 바’는 헬스 시장을 타깃으로 한 대표 사례다. CJ제일제당 역시 비비고 볶음면과 김스낵을 함께 구성해 ‘스낵+누들’ 포맷으로 중동 공략에 나섰는데, 이는 김 제품의 글로벌 확장성이 단순 일회성 트렌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유통업계의 반응도 빠르다.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은 PB(자체 브랜드) 김 스낵을 대거 확대하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K-푸드 트렌드에 편승하고 있다. 이마트·롯데마트 등이 OEM 방식으로 김 칩·김 플레이크를 선보이며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식품사들이 아마존·알리바바 등 해외 플랫폼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이유 역시 이와 같다.
CJ제일제당이 UAE의 대형 유통기업 AKI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현지 유통망을 바로 활용한 사례는, 국내 업계가 PB 경쟁을 넘어 해외 채널에서 실질적인 시장 점유율 확보를 고민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만 시장 확대의 이면에는 원초(김 원재료) 가격 상승이라는 과제가 자리한다. 글로벌 수요 증가로 원초 단가가 오르면서 단순 조미김 중심의 수익 모델은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결과적으로 김 제품의 고부가가치 전환만이 현실적 대응”이라고 입을 모은다. CJ제일제당이 김스낵·볶음면 등 전략 품목을 현지 기업과 협업해 생산·유통까지 묶은 포맷으로 키우는 것 역시 원재료 가격 압박 속에서 브랜드·제품 포맷을 고도화하려는 시도다.
K-김 산업은 이제 ‘반찬’의 영역을 넘어 글로벌 스낵 시장과 직접 부딪히는 단계에 진입했다. 특히 중동처럼 식문화 허들이 높은 시장에서도 할랄 인증을 기반으로 김 스낵이 주류 유통망에 진입하기 시작한 점은 국내 업계의 전략 변화를 상징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김은 이제 글로벌 소비자의 ‘헬시 스낵’ 문법 안에서 읽히고 있다”며 “수출 중심의 조미김 시장에서 벗어나 스낵·기능성·간편식으로 변주할수록 성장 여지가 커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