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전혀 모르는 아프리카 언어, 이를테면 탄자니아 등지에서 쓰이는 스와힐리어(Swahili)를 듣고, 그 말의 소리에서 어떤 느낌을 가진다면 그것은 얼마나 유효한 느낌이 될 수 있을까. 생판 모르는 말소리를 듣고 어떻게 그 의미에 다가갈 수 있겠는가. 설령 어떤 느낌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개인의 임의적인 반응에 지나지 않아서, 그 느낌을 일반화하여 공감을 요청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말소리가 동물의 모양이나 소리를 나타낼 때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아프리카 구전 동화를 국내에 알리는 동화책이 나왔을 때, 아프리카 동물들의 움직임과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 아프리카 사람들의 실제 말 그대로 소개되었는데, 필자의 느낌으로는 상당한 공감이 갔다. 물론 여기에는 코끼리나 사자나 하마나 원숭이 등을 동물원에서 보았던 나의 감각적 경험이 작용하였을 것이다.
예를 들면 스와힐리어에서는 사자의 포효를 ‘응구루마(nguruma)’라고 한다든지, 몸집이 큰 동물이 쿵쿵 발을 구르는 걸 ‘삐가 두무 두무(piga dumu dumu)’라고 한다든지, 원숭이 등이 껑충껑충 뛰는 형용을 ‘꾸루카루카(Kurukaruka)’라는 음성 상징으로 나타내는 것은, 이들 말소리를 따라해 보면 그럴 법하다는 생각이 든다. 줄루어에서 새 날갯짓 소리를 ‘푸푸(fufufu)’로 표현하는 것도, 동물들이 달리는 모습을 ‘우쿠기짐마(ukugijima)’라고 하는 데서도 느낌상 수긍이 간다. 또 이들 말소리에 문화적 맥락도 작용한다. 즉 동물은 신화와 속담에 자주 등장하며, 움직임과 모양을 묘사하는 말이 상징적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예컨대 치타의 빠른 달리기를 묘사하는 말에는 용맹과 힘을 상징하는 느낌이 장착되는 것이다.
탄자니아 한인회장인 김태균 작가가 최근에 쓴 '최초의 낮-아프리카 잠언'은 그가 원주민들과 더불어 오랜 탄자나아 현지 생활에서 섭렵한 아프리카 잠언을 화두로 해서 우를 깊은 명상적 사유로 이끄는 보배스러운 지혜를 내장한 책이다. 작가가 이 책을 통해서 전하려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전통적 지혜는 아프리카의 대자연과 생명들이 살아가는 위대한 생태 섭리에서 생겨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작가 또한 이런 통찰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잠언을 안내한다. 그것을 전하는 작가의 어조는 사색적이고 암유적이다. 때로는 경건한 영성의 목소리로 자신의 사유를 전한다. 아프리카 잠언을 계승하고 그것에 초월적 믿음을 부여하는 아프리카인의 목소리와 결을 같이한다.
작가는 이 책에서 아프리카 잠언의 현지인 발음을 그대로 소개해 놓았다. 예를 들면 “길을 잃는 것도 길을 배우는 방법이다(Kupotea njia ndio kujua njia/쿠포테아 은지아 온디오 쿠주아 은지아)라는 구절이 있다. 나는 스와힐리어의 음절들을 따라서 이 잠언을 소리내어 보았는데, 무의미하지 않았다. 그 음절들의 주름 사이로 배어 있는 아프리카의 지혜들이 손을 내미는 느낌이다. 무언가 생명력 있는 소리로 감득되는 듯하다. 물론 이는 논리적으로 변증 될 수 있는 감득은 아니다. 낯선 언어의 말소리 자체에 대한 음성적 상상력이라고나 할까. 다른 언어, 다른 문화에 대한 넉넉한 상상력으로 다가간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