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석의 안보시론] 한반도 평화공존과 DMZ 출입 권한 조정

2026.02.12 06:00:00 15면

 

남북관계 단절이 장기화되면서 DMZ 평화는 더욱 중요한 안보 과제가 되었다. 전쟁 방지와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접경 지역의 군사활동을 제한한 2018년의 남북 합의가 전 정부 때 무력화되면서 한반도는 극히 위험해졌다. 새 정부는 9·19 군사합의 복원을 대선공약으로, 접경 지역 평화 대책 및 법제 정비를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통일부는 작년 12월의 업무보고에서 “2026년 한반도 평화공존 원년 만들기”를 목표로 “남북관계 단절의 벽에 바늘구멍을 뚫기 위한 노력”을 선제적·집중적으로 추진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페이스메이커 역할 강화를 위한 평화교류 프로젝트로 서울~베이징 철도 연결, 원산갈마 평화관광 등 다양한 창의적 방안이 제시됐다. DMZ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추진체계로서 국회와의 관련 법률 제정안 협조, ‘평화경제특구법’ 시행에 따른 접경 지역 대상의 특구 기본계획 수립, 파주 등 3개 구간의 DMZ ‘평화의 길’ 재개방 등도 포함됐다. 지난 3일 발표한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 설명서에는 이 내용들이 포괄적·체계적으로 수록되어 있다.

 

국회에서는 ‘DMZ의 평화적 이용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입법 중이다. 이는 DMZ의 생태 가치를 보전하고 평화적 이용을 지원하기 위해 평화와 남북협력 증진, 자연환경 보전, 문화재 보존, 생태·평화관광 등에 관한 종합계획 수립과 관련 위원회 구성을 규정하고 있다. 법안에는 관련 사업을 위해 필요한 경우 우리 정부가 DMZ 출입 및 물자·장비 반입 등을 승인하는 특례 규정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통일부는 우리의 영토 주권과 한반도 평화 공존에 대한 분명한 입장 하에 관계부처 정책 조정 등을 통해 법률 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DMZ를 관할하는 유엔사에서 강력한 반대 의견을 표하면서 문제가 꼬였다. 1월 28일 유엔사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전협정(1조) 규정상 유엔군사령관이 군인 및 민간인의 DMZ 출입 승인 권한을 전적으로 갖고 있다면서 관련 법 통과는 정전협정에 대한 정면 위반이자 한국 정부의 이탈 선언이라고 강변했다. 정전협정 서문에서 “협정 규정이 순전히 군사적 성질에 속한다”는 표현도 협정이 정치적 합의(평화협정)가 아니라는 뜻일 뿐 유엔사의 민사행정 권한을 제약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한국 정부의 정책과 입법 권한이 정전협정 규정과 충돌하는 이번 사안이 심각하기는 하지만 역사적 해결의 선례도 있다. 1975년 유엔 총회에서 유엔사 해체가 결의되자 한미 정부 합의로 유엔사의 전쟁 억제 및 전력 운용 기능을 한미연합사로 이관하고 정전협정 관리 기능만 남겼다. 1990년 한국 방위의 한국화 과정에서는 판문점 군사정전위 수석대표를 한국군 장성으로 넘겼다. 2000년대 남북교류가 확대되면서 유엔사의 DMZ 관할권을 나눠 철도·도로 건설을 위한 한국 정부의 관리권도 인정했다.

 

최근 국방부는 남방한계선에서 북쪽으로 추진 설치된 DMZ 방책선을 기준으로 그 남쪽에 대한 출입 승인 권한을 한국 정부가 갖자는 절충안을 냈고, 유엔사는 여전히 난색을 표한다는 전언이다. 이제 이 문제는 한미 정부가 한반도 평화관리와 한국의 역할 확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논의할 때가 되었다.

서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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