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에서 약국은 가장 가까운 보건의료 안전망이다. 국민은 몸이 불편할 때 동네 병·의원과 함께 약국을 찾는다. 약을 조제·판매하는 약국은 복약지도를 통해 부작용을 예방하고 만성질환을 관리하며 의약품 안전사용을 책임지는 공공적 의료 인프라다.
약사의 면허는 단순한 영업 허가가 아니다. 국가는 약사에게 독점적 권한을 부여하는 대신 국민 건강 보호라는 공적 책임을 부여한다. 이러한 공공성의 토대 위에서 약국 제도는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보건의료 영역에 대자본이 우회적으로 침투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른바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문제다. 의료인이나 약사가 아닌 자가 실질적으로 기관을 운영하며 수익을 우선하는 구조와 자본의 귀속이나 경영 등은 약국 개설행위가 아닌 운영행위이기 때문에, 다중개설은 개설행위가 아니라는 사법기관의 판단이 지속될 경우 보건의료는 공공적 판단이 아닌 투자 수익의 관점에서 재편될 위험이 크다.
영리 극대화를 목표로 한 경영은 각종 상업적 전략을 동원하게 마련이다. 이는 보건의료 행위가 본래의 공공적 판단 기준을 벗어나 수익성 중심으로 왜곡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그 결과 보건의료 서비스의 질과 방향이 흔들리고, 건강보험 재정 역시 잠식될 수 있다. 무엇보다 성실하게 지역을 지켜온 동네약국의 기반이 무너질 경우, 지역 보건의료 체계의 균형은 크게 훼손된다.
그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행정조사를 통해 불법개설기관을 단속해 왔다. 그러나 수사권이 없는 상황에서 계좌 추적이나 강제수사는 불가능하다. 법망을 교묘히 피해 가는 사례가 반복되는 이유다. 적발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동안 건강보험 재정은 누수되고, 그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제는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할 시점이다.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에 한정하여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수사권을 통해 자금 흐름을 신속히 추적하고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면, 단속의 속도와 정확성은 크게 향상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단속 강화가 아니라 보건의료 질서의 기본 원칙을 바로 세우는 조치다.
물론 권한 확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수사 범위를 불법개설기관으로 명확히 한정하고, 영장주의와 절차적 통제를 엄격히 적용하며 외부 감시 체계를 병행하는 등 제도적 안전장치는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권한은 목적에 맞게 행사되고, 통제는 분명해야 한다.
보건의료는 일반 산업과 다르다. 시장 논리만으로 운영될 수 없는 영역이다. 약국의 공공성을 지키는 일은 특정 직능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 건강권을 지키는 일이다.
국회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불법과 편법이 반복되는 구조를 방치할 것인지, 아니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 공공적 질서를 회복할 것인지. 사무장병원·면허대여약국 특사경 제도는 보건의료의 영리화를 막고 지역 의료 안전망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또한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되어 있는 여러 가지 기형적 약국 방지 법안 역시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
이는 기형적 약국과 자본에 의한 네트워크 약국의 난립을 막고, 풀뿌리 보건의료체계를 지켜낼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이다.
공공의료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구조적 문제를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된다. 국민이 안심하고 의료기관과 약국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입법의 책임이자 보건의료 정책의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