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30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조선시대 과거에 합격한 사대부들은 정통 학문의 길을 걸은 사람일수록 홍문관 대제학이 되는 것이 가문의 최대 영광으로 여겼으며, 정승이나 판서 되는 것은 하대했다. 사람을 다스리는 실권이야 왕 다음으로 영의정이 쥐는 것은 권력서열상 당연했지만 양심적인 학자들은 그 길을 꺼렸다. 그러나 탐관오리들은 백성에게 혹독하고 부패에는 관대한 정승과 판서 집으로 주야를 가리지 않고 들락날락하며 백성을 노략질하기 위해 잔머리를 굴렸다.

박정희 대통령이 1972년 이 땅의 민주주의를 압살한 ‘10월 유신’을 선포하고 각종 대통령 긴급조치를 발령하여 반정부 데모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던 시절, 한 지방대학교 총장이 문교부장관이 되자 대학을 들볶고 정의의 목소리를 억누르며 철퇴를 가했다. 그는 공석에서 ‘견마지로(犬馬之勞)’ 즉 자신을 개나 말에 비유하여 권력자에게 충성하겠다는 표현을 써서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조금 배운 자들이 문자 속은 기특해서 그것을 아부용으로 활용하는 수법은 혀를 내두를 만하다.

권력 앞에 머리를 숙이고 아첨하며 갖은 줄을 대서 높은 공직을 얻어 출세하려는 해바라기 교수들이 올해 12월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전에 나선 유력한 후보들에게 맹렬한 기세로 접근하고 있다. 그들은 대선주자 캠프나 유수한 주자의 참모 사무실로 불쑥 찾아가 “대선 필승 비책(秘策)이 있다”고 호언하거나, “후보님을 뵙게 해달라”며 죽치고 앉아있는 등 자기발전과 진드기 정신의 발휘에 여념이 없다 한다.

하지만 그들이 쏟아놓는 비책이란 게 국가의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경륜(經綸)에 해당되기보다는 전술(戰術)이나 모의(謀議) 수준의 것이 대부분이라는 평이 나돌고 있다. 대학은 권력의 횡포를 신랄하게 규탄하여 오도된 정치를 바로잡으려는 지성인들이 자취를 감추고 권력을 태양으로 여기고 그것을 향해 고개를 뱅뱅 돌리는 해바라기 교수들이 족출하는 풍토로 변질되는 한 스스로 학문의 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