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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정치인의 약속

콧수염으로 유명한 가수 김흥국 씨는 지난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서 16강에 진출하자 자신의 상징인 콧수염을 깎았다. 16강에 진출하면 콧수염을 깎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지킨 것인데 콧수염을 밀며 던진 말이 기억의 한자락을 차지하고 있다.

김 씨는 자신이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약속을 지킨다’며 30년간 길렀다는 콧수염을 밀었다. 얼마나 정치인의 말이 신의가 없으면 연예인의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왔으며 듣는 이들은 왜 고개를 끄덕였는지 곱씹어 볼 때다.

지난 11일 한나라당내 쇄신파인 홍정욱 의원이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홍 의원은 불출마의 변으로 “국가의 비전과 국민의 비전간 단절된 끈을 잇지 못했고 정치에 대한 국민의 냉소와 불신을 씻지 못했다”며 초선 국회의원의 무력감을 드러냈다. 홍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홍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 22명이 소속된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의 멤버로 이들은 지난해 국회가 여야간 격렬한 몸싸움 끝에 예산안을 통과시키자 곧바로 성명을 내고 “의원직을 걸고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대 국민 약속을 했다.

홍 의원은 최루탄이 터진 지난달 22일 한미FTA 비준안 처리 때에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차원에서 한나라당 수뇌부의 참석 독려에도 국회 본회의에 불참했다.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를 졸업 후 언론사주로 활동했으며 영화배우 이상의 외모를 자랑해 국회내 대표적 ‘엄친아’로 꼽히던 홍 의원은 그 같은 자산으로 인해 국민과 괴리된 이미지가 오히려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그런 홍 의원의 퇴장이 아름답게 보이고 국민들의 갈채를 받은 것은 ‘정치인답지 않게’ 약속을 실천했다는 신선함 때문이다. 여기에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경기도 정무부지사를 지낸 김성식 의원과 정태근 의원 역시 불출마를 선언했다.

또 ‘눈만 지그시 감고 있으면’ 공천은 물론 당선까지도 확실시 되던 민주당 정장선 사무총장이 “대화, 타협, 소통과는 거리가 먼 정치권에서 정치인으로 사는 게 부끄럽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들의 퇴장이 아름다운 것은 사퇴할 수밖에 없는 궁지에 몰려 떠밀리듯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과감히 기득권을 놓아버렸다는데 있다.

역사가 증명하듯 아름다운 퇴장은 그 자체가 갖는 생명력으로 아름다운 부활을 약속하고 있다.

무지해 보이는 민초들과 지루해 보이는 역사의 수레바퀴가 이들의 꿈과 소신을 밀어갈 것이다. ‘22명’ 가운데 남은 의원들의 결정이 궁금해 진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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