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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자다] “이래서 아이 낳겠습니까?”

 

여주시가 분만병원 짓는 데 소요되는 건물신축비, 운영비의 50%까지, 아니 그 이상도 부담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오후 분만병원 설립 용역보고회가 열린 여주시청 상황실. 경기개발연구원 전문가, 시청 고위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분만병원 설립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김춘석 여주시장의 모습에선 절절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

여주시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것은 지난 2년 전. 지역에 4개 산부인과가 있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자 분만실을 폐쇄했다. 이 때문에 인근 이천·원주지역으로 원정출산에 나선 산모들, 촌각을 다투는 처지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1시간 가까이 길거리에서 허비해야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양수가 터지는 것은 아닌지, 차안에서 출산하는 것은 아닌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까 가슴이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현재 여주시에서 21세에서 50세까지 가임여성은 전체 여성의 40%에 육박한다. 이런 산모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여주시는 지난해 9월부터 묘안을 짜내기 시작했다. 정부로부터 예산지원을 받아 운영에 나설 수 있는 분만취약지 선정을 검토했지만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포기했다.

결국 여주시가 찾아낸 묘수는 분만이 가능한 경기도립의료원 분원 여주병원을 설립하는 것. 저출산 대책과 함께 의료원의 공공재적 성격을 감안할 때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정치권에 건의하는 한편 경기개발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하는 등 팔소매를 걷어붙였다.

하지만 여주시의 이런 바람은 물거품이 됐다. 도내 의료원 대부분이 적자에 허덕이기 때문에 불가하다는 게 경기도 보건당국의 확고한 입장이다. 대권도전에 나선 김문수 경기지사가 복지이야기만 나오면 강조하는 단골 발언이 있다. “복지는 사람에서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이 말이 식언(食言)이 되지 않기 위해선 예산타령은 이제 그만하고 보편적 가치인 공공의료를 실현하는 길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남산만한 배를 움켜쥐고 수십km 떨어진 병원을 찾아 헤매던 60, 70년대 우리네 어머니들의 모습이 의료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지금, 여주시에서 오버랩 되는 서글픈 현실에 자문해 본다. 우리는 과연 세계 8대 경제대국에서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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