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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ARF 외교장관회의에 거는 기대

 

3일 북한의 리수용 외무상이 오는 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을 출발했다. 이번 회의에는 윤병세 외교부장관을 비롯해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 일본의 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이 참석한다. 이에 이번 회의에서 남·북한을 비롯해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 등 6자회담 참여국의 외교장관들이 별도 회담을 가질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상 이번 ARF 외교장관회의는 이란의 핵협상 타결 이후 6자회담 참여국의 외교장관들이 처음으로 국제회담의 장에서 만난다. 지난 2008년 이후 6자회담이 중단된 가운데 북한은 최근까지 공개적으로 핵포기 논의와 6자회담 재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런 상황 하에서 이번 회의는 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기를 우선적으로 기대해 본다. 이 회의가 바로 북한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국제협의체이기 때문이다.

북한핵문제 해결이 모호한 상황 하에서 현재 남북관계도 분단 70년,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냉각된 상태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 이후 현재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악화된 남북관계는 개선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갈등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올해 ‘6·15 공동선언’의 남북공동개최가 무산된 가운데 최근 ‘8·15 남북공동행사’의 준비도 손안에 잡히지 않고 오리무중이다. 더구나 이번 달 중순경에 시작될 우리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앞두고 벌써 북한은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번 ARF 외교장관회의를 통해 남과 북의 외교수장들이 만나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아보길 두 번째로 기대해 본다. 실제 이 회의가 현재 남과 북이 동시에 참여하는 유일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역내 정부 간 다자안보협의체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1994년 이 회의 창설회원국으로 참여해오고 있으며 북한도 2000년 제7차 회의부터 가입과 동시에 참가해오고 있다. 이 회의를 계기로 남과 북이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게 된다면 오는 추석 명절에는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도 가능해질 수 있으리라.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이 지속된 가운데, 지금 아시아·태평양 지역정세는 미-중, 중-일, 한-일, 북-중관계 등의 미묘한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중 간의 패권경쟁관계, 중-일 간의 남중국해 갈등관계, 한-일 간의 역사·영토 긴장관계, 북-중 간의 화해모색 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역내 기류의 변화에 맞춰 이번 ARF 외교장관회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는 합의와 결의를 도출해내길 세 번째로 기대해 본다. 이 회의의 설립목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외교·안보 현안문제에 대한 각국 정부 간 대화 및 협의를 통해 역내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데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명실상부하게 ARF 외교장관회의는 현재 아세안 10개국과 남·북한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27개국의 회원국으로 구성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유일한 정부 간 장관급 다자안보협의체이다. 이 회의와 동시에 5일부터 이틀간 한·아세안(ASEAN) 회의, 한·메콩 외교장관회의,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 등도 개최된다. 따라서 우리 정부를 비롯해 이번 ARF 외교장관회의에 참가하는 국가들이 이틀 간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각종 회의 채널을 활용해 역내 국가 간 공식·비공식적 다양한 접촉, 회담, 회동, 면담 등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상의 세 가지 차원에서 제기된 이번 ARF 외교장관회의에 거는 기대는 한반도, 동북아를 포함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요구하는 역내 대다수 구성원들의 희망이다. 그 희망은 헬렌 켈러(Helen Keller)의 경구(警句)에 담겨져 있다. 즉 “나는 합의를 거친 평화는 원하지 않고, 나는 평화를 가져오는 합의를 원한다!(I do not want the peace which passeth understanding, I want the understanding which bringeth peace!)”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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