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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풀어본 무예]전쟁은 지휘관의 능력에 따라 결정 된다

 

무예는 개인이 익히는 것이다. 보통 개인의 전투능력이 높아지면 당연히 조직의 전투능력이 높아진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 있다. 바로 지휘관의 자질과 능력이다.

조선시대 병서를 살펴보면 이러한 부분이 좀 더 선명해진다. 보통 병법서라고 하면 실제 전투에서 싸우는 방법들이 주를 이룰 것 같지만, 실제로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장수의 마음가짐’이 핵심이다. 아무리 날랜 범과 같은 군사들이 있어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한다면 그 전쟁은 오직 패배뿐이며 그와 함께한 군사들은 죽음만이 남을 뿐이다. 이를 구분해 보면 세 가지로 장수의 마음가짐을 다듬고 있다. 먼저 전투가 있기 전의 장수의 마음가짐으로 군사들을 전투에 내보내기 위해 충심을 기르는 방법, 둘째 전투 시 장수가 어떻게 군사를 지휘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 마지막으로 전투의 승패가 결정된 후 군사들에게 상벌을 어떠한 방식으로 내려야 군의 지휘체계가 유지될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 등이다.

이러한 이유로 조선시대의 경우는 전투와 관련한 군사들의 움직임을 선진후기(先陣後技)라고 부르기도 한다. 먼저 조직적인 진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움직일 수 있는 것을 교육하고 이후에 전투능력과 직결된 무예훈련을 진행했다. 말 그대로 군사들이 개인적으로 사고하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사고하고 조직적으로 행동할 때 최고의 힘을 발휘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조직적인 군대를 지휘하는 장수는 개인을 넘어서 조직을 대표하기에 그들의 마음자세와 수련방식은 군대의 운영과 필수불가결한 사안이었다. 대표적으로 조선전기의 병서인 ‘병장설(兵將說)’에는 장수 개인의 수련(修鍊)과 관련하여 상중하로 구분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먼저, 상(上)의 인물은 장수 스스로가 늘 활쏘기와 말 타기를 일삼고 겸하여 유술(儒術), 즉 유교적 학업을 닦아 낸 사람을 최고로 쳤다. 실제 전쟁의 현장에서 지휘관은 창칼을 부딪치지는 않지만, 그 움직임과 고통을 이해야 해야만 군사들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던 것이다. 또한 단순히 무예 기능뿐만 아니라 유교적 가르침을 몸에 익혀 단순한 무관이 아닌 유교적 선비의 모습을 간직한 장수를 길러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 다음 중(中)으로 여기는 장수가 학자를 비방하고 무용(武勇)을 숭상하되, 마음에 경거망동을 삼가는 자를 중품으로 여겼다. 역시 무예 기능에만 충실한 장수가 아니라 관료로서 조직을 이끌 사람을 중요시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조선의 지배구조가 ‘양반(兩班)’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문반(文班-글을 읽는 문관)과 무반(武班-창칼을 휘두르는 무관)을 이르는 말이기에 무반 역시 유교적 학풍을 지켜내야만 성립이 가능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下)의 인물은 힘을 믿고 세력을 의지하며, 사람을 만나면 거만하게 대하는 자를 최악의 하품으로 여겼던 인물이다. 오로지 제 힘만 믿고 날뛰는 장수는 전쟁이 발생하면 앞 뒤 가리지 않고 군사들을 사지에 몰아 넣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군대를 지휘하는 장수의 덕목은 변하지 않는다. 승진을 위하여 정치적 꼼수를 쓰거나 자신의 수련 없이 부하들만 죽도록 고생시키려 하면 어느 전쟁에서도 백전백패가 확실하다. 제 아무리 하늘을 날고 땅을 가를 정도의 용맹한 군사들이 있어도, 단번에 수백 대의 적함과 적기를 공격할 수 있는 무적의 이지스함이 수백 척이 있어도 그것을 지휘하는 장수의 자질과 능력이 부족하다면 그 나라의 전투력은 ‘0’에 가깝다. 자주국방을 외친지 벌써 반백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제 갈 길을 못 찾는 것처럼 보이는 현실에서 무예인의 눈으로 본 오늘이 가슴 아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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