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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과 친했던 짚과 풀 현대적 감각으로 대 변신

264.46㎡ 공간에 전시·교육실 갖춰
짚신·망태기 등 옛 소품들 전시
관장이 만든 새로운 작품도 선보여
어린이 정서함양에 긍정적 효과
박물관 상설 체험프로그램도 인기

 

 

풀과 짚을 꼬아 줄로 만들어 엮거나 짜고, 뜨는 방법으로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내는 풀짚공예는 자연 소재의 풍부함과 기법의 무한함을 바탕으로 하는, 우리 정서를 잘 담아낼 수 있는 공예중 하나다. 풀짚공예의 역사는 구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칡뿌리나 나무껍질로 바구니나 멍석을 짜는 기술에서 시작해 우리나라에서는 농경문화의 확대와 함께 민간에서 많이 쓰였다. 짚신을 비롯해 삿갓, 소쿠리, 채반, 망태기 등 예전에 사용하던 대부분의 생활용품이 풀짚으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뿐만이 아닌 서구에서도 바스킷트리라는 이름으로 풀을 이용한 공예작업이 이뤄졌다. 인디언 원주민을 중심으로 이어져 다양

 

한 형태의 공예품이 현재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각 나라의 기후, 환경에 따라 풀짚공예의 다양한 형태를 살펴볼 수 있으며 우리나라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농경 국가였기 때문에 농사의 부산물, 즉 알곡을 털어낸 짚으로 만든 소품이 많았다.

가을 추수 후 탈곡한 짚을 쌓아 놓고 초겨울부터 봄까지 볏짚과 밀짚, 보릿짚, 억새, 건초 등으로 다음해에 필요한 각종 생활용품을 만들어 사용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손재주가 뛰어났을 뿐 아니라 풀의 소재가 다양해 모시풀, 댕댕이덩굴 등 다른나라에서 보기 힘든 재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수 있었다.



풀짚공예의 아름다움 엿볼 수 있는 풀짚공예박물관

주로 시골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바구니나 복조리를 만드는 모습을 방송을 통해 보는 것이 전부일 뿐 풀짚공예를 접하는 것이 쉽지 않다. 여전히 부채나 죽부인, 채 같은 생활용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지 알기 어려운 것.

 

풀짚공예의 예술성은 물론이고 자연에서 나온 소재를 직접 만지면서 제품을 완성하는 과정에 매력을 느낀 전성임 관장은 이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2005년 경기도 광주에 풀짚공예박물관을 지었다.

80평 남짓한 공간에 전시실과 교육실을 갖춘 박물관은 풀집공예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소품들로 알차게 채워져 있다.

모시, 왕골, 버들 등 풀짚공예의 재료가 되는 풀들을 직접 만져볼 수 있게 구성했을 뿐 아니라 키, 망태기, 갓, 짚신 등 옛 생활문화를 알 수 있는 소품들도 전시됐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전성임 관장의 풀집공예 작품들이다. 풀짚공예의 소재와 질감은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형태로 완성한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풀짚공예의 예술적 아름다움도 엿볼 수 있다.

곡식이나 채소를 보관하는 둥구미의 형태를 변형해 화려한 색을 입힌 ‘오방색 둥구미’를 비롯해 입구를 화려하게 장식한 ‘불꽃’작품 등 다양한 작품들을 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적게는 한달, 길게는 반년이 걸리는 작업은 재료를 채집하고 손질, 엮어내는 작업까지 전성임 관장이 직접 한다. 생산된 재료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전통방식으로 만들어 내는 깊이있는 멋을 작품에 담고 싶다는 욕심에서다.

뿐만 아니라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는 작업은 아이들 정서함양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기 때문에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어르신문화프로그램을 비롯해, 꿈다락문화학교, 전시연계 상설 체험 교육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빗자루, 복조리, 알꾸러미, 똬리를 직접 만들어보는 이 프로그램은 전문적인 기술이 없어도 손쉽게 공예작품을 완성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풀짚공예, 소품 제작 넘어선 자신의 여유 찾는 작업”
전성임 풀짚공예박물관장

 

풀짚공예품에 현대적 감각 더하면
세계 내놔도 예술적 가치 손색없어


“자연물을 손으로 만지며 천천히 느낄 수 있는 풀짚공예는 빠르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현대사회에 꼭 필요한 정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술성 뿐 아니라 정서함양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어느 예술장르보다 특별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흙은 물론이고 풀을 직접 만질 기회가 거의 없는 현대인들에게 풀짚공예는 단순히 소품을 만드는 작업이 아닌 여유를 찾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특별한 작업이라고 전성임 풀짚공예박물관장은 강조했다.

손재주가 좋아 죽세공예를 취미로 배웠던 전 관장은 생산된 것이 아닌 직접 자연에서 재료를 찾아 가공,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풀짚공예의 길에 들어섰다.

“풀과 짚으로 무한한 창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껴 마흔이 넘어 이길에 뛰어들

 

었다. 소재의 특성상 오랜 시간 보존이 불가, 오랫동안 남아있는 공예품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풀짚공예의 전통을 찾고자 전국을 쫓아다녔다.”

공예 장르의 특성상 국내에서는 예술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전 관장은 우리만의 소재와 정서가 담겨있는 이 분야가 세계속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했다.

전 관장은 “비가 올때 어깨에 걸쳐 입었던 도롱이는 실용적인 부분 뿐 아니라 디자인적으로도 매우 우수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풀짚공예는 한복처럼 부드러운 선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만 가지고 있는 풀짚공예의 특성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다면 세계에 내놔도 손색없는 예술작품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물관에서는 장식품으로 활용된 형형색색의 똬리를 만날 수 있으며 기존의 형태에 색과 장식을 더한 바구니는 해외 전시에서 극찬을 받을만큼 예술성을 갖추고 있다.

끝으로 전성임 관장은 “한해에 두 차례 이상은 해외에 나가 외국의 풀짚공예 작가들을 만나고 있으며, 교류전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풀짚공예의 전통을 연구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비롯해 해외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여러 작업들을 이어나갈 것이다”라며 “올해도 많은 분들과 풀짚공예의 아름다움을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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