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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여자의 위로 찾는 여행

 

 

 

한 반구 안에서 영역 간 연결은 남자가 여자보다 더 발달돼 있고(왼쪽 그림), 두 반구 간 연결은 여자가 남자보다 더 발달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오른쪽 그림).

이 책은 진명주 작가가 아이와 함께 두 달간 동남아를 여행한 기록이다.

아이와 함께 한 여행이기에 저자가 보다 자유로운 가정에서 여행을 쉽게 떠난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아니었다. 저자에겐 남편에게 말한 그 순간부터 난관이었다.

대부분의 가정이 그런 것처럼 저자의 남편 역시 ‘설마 농담이겠지, 웃기려고 한 얘기지?’라며 설핏 웃기도 했지만 이내 싸늘한 표정으로 ‘가려면 혼자 가’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아이와 함께 가겠다는 저자에게 남편은 일주일정도의 가족여행을 제안해보기도 했지만 진 작가는 굽히지 않았었다.

당시 저자는 우울증을 앓고 있던 상태로 ‘그래 꼭 가야해. 지금은 여행만이 나를 숨 쉬게 할 수 있어.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우울을 혼자 상대하느니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저자에게 난관은 집 안에서 뿐만이 아니었다.

여행계획을 알리자 ‘남편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하는데 넌 한가하게 여행이냐?’라는 비난이 주위에서 쏟아졌고, 누군가는 ‘언니, 대단해’라고 말했지만 그 이면에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는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 또 출국 전날 고모에게 추석 연휴 이전에 돌아왔으면 하는 전화도 받았다.

저자의 여행기간엔 설 연휴가 끼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 말은 곧 여행 3주 만에 되돌아와야 한다는 뜻이었다.

출국 직전엔 저자의 엄마로부터 ‘니는 시댁보기 미안하지도 않냐’라며 잔뜩 못마땅해 하는 전화까지 받았다.

저자는 그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도 응원하지 않는 여행이자 모두가 비난하는 여행을 아이와 단둘이 떠났다.

그런데 저자에게 여행은 워킹맘에서 전업주부로 전환하면서 생긴 우울증을 달래기 위해 떠난 것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왜 여행을 떠나왔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된다.

저자가 ‘계속 이대로 여행해도 괜찮을까’라는 고민을 하던 그때 문득 아이가 말한다. “엄마, 나는 미얀마가 너무 좋아요. 한국에 돌아가면 하룻밤만 자고 다시 오고 싶어요.”

자신의 젊음과 맞바꿨다고 생각한 아이가, 어느새 삶의 위로가 되어 왔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비오는 후에의 강변길을, 호이안의 노란 골목길을, 앙코르 와트의 적막한 유적지 사이를, 올드 비간의 희뿌연 흙길을, 차웅따 해변의 모래밭을, 자전거에 아이를 태우고 무작정 달렸던 그 시간들이야말로, 생애 가장 찬란한 순간들이었음을 깨닫는다.

이 책은 떠난다고 해서 달라지진 않지만, 그 찬란했던 순간들을 담아낸 7년 전 저자의 동남아 여행기이자, 자신이 언젠가 괴물로 변해버렸을 때 다시 살펴보기 위한 순수했던 시절 저자와 아이에 대한 기록으로 독자들에게 삶의 여유와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최인규기자 choiink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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