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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에 꺾이지 않는 어린 소녀의 저항

20세기 가장 참혹한 학살극 그린
캄보디아 아픈 역사 ‘킬링필드’
실제 생존자의 생생한 증언 담겨

 

 

 

천혜의 자연환경과 세계 7대 불가사의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사원인 앙코르와트로 대표되는 찬란한 문화유산을 지닌 캄보디아.

그러나 캄보디아 곳곳에는 20세기 가장 참혹한 학살극이라 불리는 ‘킬링필드’의 아픈 역사가 짙게 배어 있다.

지난 1975년 4월 캄보디아에서는 급진 공산주의 혁명단체인 크메르루주의 지도자 폴 포트가 친미 론 놀 정권을 몰아낸 뒤, 새로운 공산주의 농민사회를 이룩한다며 도시인들을 농촌으로 강제 이주 시켰다.

또한 과거 론 놀 정권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지식인, 공무원, 정치인, 군인들을 처형하고 타락한 자본주의에 물든 국민을 개조한다는 명목으로 노동자, 농민, 부녀자, 어린이까지 잔인하게 살해했다.

이로 인해 당시 캄보디아 인구의 약 4분의 1에 달하는 2백만 명의 사람들이 이주 도중 처형되거나 기아와 질병으로 숨지게 되었고, 농촌으로 옮겨진 이들 또한 집단농장에서 강제노동과 굶주림으로 죽어갔다.

이처럼 크메르루주 정권이 지난 1975년부터 1979년까지 약 4년에 걸쳐 저지른 대학살을 ‘킬링필드’라 한다.

킬링필드는 ‘죽음의 들판’을 뜻하는 말 그대로 이때 학살된 민간인들의 시신을 묻은 집단 매장지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는데, 이는 캄보디아 전역에 걸쳐 2만여 곳에 이른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것이 불과 45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지만, 대부분의 세계인들은 킬링필드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그 역사를 제대로 그려낸 예술작품 또한 거의 없었다.

이에 로웅 웅 작가의 회고록 ‘킬링필드, 어느 캄보디아 딸의 기억’은 캄보디아인의 관점에서 실제 생존자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탄생한 작품으로 의미가 있다.

작품은 일반인이 잘 모르는 킬링필드의 역사적 사실뿐 아니라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측면까지 세밀하게 그려냈으며, 또한 역사가 채 담아내기 힘든 국가폭력에 희생된 개인의 내면과 삶을 상세하게 담아냈다.

책은 영리하고 당돌하면서도 순진무구한 어린 소녀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전해주는 까닭에 더 아프고 참혹하지만, 탄탄한 이야기 구성과 서사적 긴장감, 그리고 최악의 굶주림과 죽음의 공포에 직면해서도 꺾이지 않는 어린 소녀의 용기와 저항이 솔직하고 진실한 내면묘사에 힘입어 압도적인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캄보디아 킬링필드는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국가폭력과 대량학살이 그렇듯이 킬링필드 역시 철저한 진상 규명은 물론, 역사적 책임과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이나 제주4·3사건, 5·18민주화운동 등의 아픈 역사를 지닌 우리가 이 책을 읽으며 캄보디아 킬링필드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최인규기자 choiink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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