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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우리가 미국을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

 

 

 

노벨상이 제정된 1901년부터 현재까지 유대인 수상자는 175명에 이른다. 이는 전체 수상자의 23%를 차지한다. 현재 유대인은 약 1천400만 명인데, 미국에 590만 명, 이스라엘에 530만 명이 살고 있다.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하지만 노벨상 수상자에서는 그 비율이 100배 이상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수천 년 동안 나라 없이 떠돌아다녔다. 생소한 나라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워야 했고, 새로운 문화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창의력이 배양됐다는 설명이 설득력이 있다. 한편 노벨상 과학 분야의 40% 가량을 미국인이 수상했는데, 그중 35%가 이민자 출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을 막겠다며 멕시코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세웠지만 이는 지지자들을 결집하기 위한 정치쇼에 불과하다. 아직도 미국에는 1천 1백만 명의 불법 이민자가 있다. 트럼프 정부가 추방한 불법 이민자 수도 오바마 정부 때와 별 차이가 없다. 이민을 폭넓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이래 수십 년 간 미국의 이민정책은 큰 변화가 없다. 왜냐하면 다름을 인정하는 포용력과 다양성의 문화가 미국의 힘이며 이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국가 휘장에 새겨진 표어는 라틴어로 ‘E pluribus unum’인데, ‘다수로 구성된 하나(the one from the many)’라는 뜻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포용력과 다양성이 미국 힘의 원천

지난 9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 등 4개의 아카데미상을 휩쓸었다. 그런데 시상식에서 눈길을 끈 것은 봉 감독을 축하해 주는 스콜세이지 감독이나 타란티노 감독이었다. 그 밖의 수많은 배우들의 표정에서도 이방인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고, 다양성을 긍정하는 영화계의 동료의식이 엿보였다. 사실 아카데미상은 그동안 미국 사회 주류인 ‘백인들의 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봉 감독도 이전의 인터뷰에서 ‘오스카는 로컬(지역 시상식)’이라고 비꼰 바 있고, ‘1인치의 장벽(영화 자막)을 넘으라’고 충고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오스카는 그 장벽을 허물었는데 그런 움직임은 진작 시작되었다. 2015년부터 인터넷에서 ‘오스카 쏘 화이트(#OscarsSoWhite)’ 운동이 번지자 주최 측인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소수인종 회원을 늘리면서 다양성을 강화해왔다. 소수 심사위원이 아닌 회원들 투표방식(올해 8천469명이 투표)은 이런 변화를 정확히 반영하였다. 물론 이는 인종차별과 미국 고립주의로 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선에 반기를 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무튼 다른 의견을 받아들여 개선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미국 사회의 장점이다. 배우 이선균의 말대로 선을 넘은 것은 오스카였다.



진영논리를 극복하고 상대를 인정하는 풍토가 국가융성의 근간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숙박공유 서비스 에어비엔비는 숙소를 직접 관리하는 주인과 개별적으로 접촉해야 하는 것이 단점이었다. 그런데 회사가 아파트를 사서 직접 관리하고 무인형태로 운영하는 새로운 숙박공유 서비스가 등장했는데 뉴욕에서 성업 중인 ‘Sonder’다.

우리는 어떤가? 농어촌 빈집을 활용해 숙박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다자요’는 2018년 처음 선보인 뒤 지금은 사업을 접었다.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문화체육관광부가 서로 미루는 탓에 기존 제도로는 불법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틀에 얽매여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고방식으로는 미국을 따라잡기 힘들다. 지난 4일 미국 의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있었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악수를 거부한 트럼프에 맞서 연설 말미에 공식 국가문서인 연설문을 죽죽 찢어버렸다. 이 모습을 보면 미국도 우리와 별 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다음 날인 5일 보건복지부 관리들이 신종코로나 대응 예산을 더 따내려고 의회에 달려갔을 때, 펠로시 의장은 “정부가 공포를 확산시키지 않고 적절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힘을 실어줬다.

우리 정치권에서는 미운 상대라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이런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까? 우파정부에서 좌파로 분류되었던 봉 감독에게 150억 원의 제작비와 100억 원의 아카데미 캠페인 비용을 댄 것은 CJ라는 대기업이었다. 편 가르기만 계속했더라면 이번 아카데미 상 수상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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