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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스타의 스타트랙] 음악 그리고 동반자(同伴者)

 

수년 전 일본어 공부한다고, 한동안 일본 영화며 드라마를 열심히 보던 때가 있었다. 그중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다뤄지기 힘들법한 그리고 다소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던 작품이 있었는데, 바로 ‘라이어 게임(Liar Game, 2007년)’이라는 만화 원작의 드라마였다.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들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두뇌 싸움이 흥미로웠던 이 작품은, 두 개의 시즌과 스핀오프 드라마 그리고 영화로까지 제작되었을 만큼 인기가 있었다.

 

2014년, 일본 원작을 리메이크한 동명의 드라마가 tvN에서 방영되었다. 여태껏 경험상 일본 작품을 리메이크한 결과물들은 대부분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과거 ‘하얀 거탑(2007년)’과 같은 완성도 있는 작품도 있었고, 원작을 워낙 재미있게 봤던지라 내심 기대를 했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다 보니 다른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원작과 비교해 크게 차이 나는 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음악이었다.

 

원작에서는 ‘캡슐(Capsule)’이라는 일렉트로닉 듀오의 멤버 나카타 야스타카(中田 ヤスタカ)가 드라마 음악을 맡아서 했는데, 개인적으로 영상의 힘을 음악으로 증폭시켜준 작품의 하나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적합했고 경쾌했다. 드라마 내용상 심리적인 갈등과 긴박한 순간이 자세히 묘사되는데, 그 장면들이 음악으로 인해 훨씬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반면 리메이크 작품에서는 음악이 받쳐주고 채워줘야 할 부분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보는 내내 안타까웠다. 연출과 편집의 차이로 치부하기에는 그 빈자리가 너무 컸다.

 

영화나 드라마에 있어 음악은 가장 강력한 조력자이자 동반자이다.

 

지난 7월, 유명한 작곡가이자 음악감독인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가 별세했다. 잠시 그에 대해 알아보자면, 1928년 이탈리아 로마 출생으로, 미간을 잔뜩 찌푸린 표정의 총잡이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on "Clint" Eastwood, Jr.)로 기억되는 세르지오 레오네(Sergio Leone) 감독의 무법자 3부작의 영화음악을 맡으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그 후로 ‘천국의 나날들(Days of Heaven, 1978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 1984년)’, ‘미션(The Mission, 1986년)’,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 1988년)’ 등의 영화에서 인상적인 음악을 선보이며 기념비적 커리어를 쌓아갔다.

 

2016년에는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감독의 영화 ‘헤이트풀 8(The Hateful Eight)’의 음악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살아생전 약 500여 편의 영화 음악을 만들었을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했다.

 

그의 음악은 언제나 스크린 속 장면들과 유기적으로 맞물려 흐르며, 영화가 가지는 종합 예술로서의 가치를 더욱 완성도 있게 만들어주었는데, ‘미션’에서의 ‘가브리엘의 오보에(Gabriel’s Oboe)’,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데보라의 테마(Deborah’s Theme)’, ‘시네마 천국’의 ‘러브 테마(Love Theme)’ 등의 곡들은 한 소절만 들어도 여전히 머릿속에서 영화가 그려질 정도로, 영상이 주는 기억의 시각적 잔상 이상으로 진하고 강한 여운을 남겨주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오늘은 나의 추억이 잔뜩 묻은 그의 음악과 함께 할 생각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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