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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노하우 가진 양말공장, 틈새 영업 성공하며 훨훨

[人SIGHT 코로나19, 희망은 있다] 권순호 준희어패럴 대표
한때 일감 끊겼지만 아들 권준희 과장 영업으로 판로 찾아
자체 브랜드 식스 삭스, 좋은 품질로 SNS 인기 얻었다

 

어둠이 짙을수록 아주 작은 불씨도 밝은 빛이 된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많은 사람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희망의 불씨를 밝히려고 애쓰는 도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있어 소개한다. 이들의 이야기가 지금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되기를 바라며. [편집자 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중소기업 중 일부는 ‘장인’으로 불릴 정도로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곳은 많지만, 자금과 마케팅 능력 부족으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성남시 ‘준희어패럴’은 아버지의 기술과 아들의 틈새시장 영업능력을 합쳐 자체 브랜드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지난 40여년간 양말 외길을 걸어온 권순호 준희어패럴 대표를 만났다.

 

Q. 빼어난 기술력과 노하우로 입소문을 탔는데, 언제부터 양말 관련 일을 해왔나.

업계 선배들이나 다른 기술자들도 그렇고 이 분야에서 날고 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과찬이다(웃음). 45년 동안 다른 일 안하고 오직 양말만 만들어왔다. 중학교 졸업하고 바로 양말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고, 양말 기계를 제작하는 회사에서 30년간 직장 생활을 했다. 체코·인도·시리아·대만 등 해외로도 수출하면서 기계 사용법을 시연했다.

 

권순호 대표의 아들이자 생산·영업을 맡고 있는 권준희 준희어패럴 과장은 “다른 양말 공장 사장님도 모르면 아버지에게 찾아온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누구나 인정하는 기술력을 갖춘 권 대표지만, 건강 악화와 어려운 시장 상황 등으로 한때 폐업을 고민하기도 했다.

 

Q. 아들이 온라인에서 적극 영업에 나서고, 좋은 기술력이 뒷받침되며 시너지가 났다.

몸도 별로 안 좋고 일이 없다보니 공장을 접고 버스 기사를 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아들이 대학 다니면서 디자인을 전공하다가 그만두고 와서 이곳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예전엔 입맛 맞추기 어려운 주문이 오면 화를 내기도 했지만, 아들이 말없이 묵묵히 하는 모습을 보고는 힘들어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영업하는데 기술로 뒷받침이라도 해야지.

 

의류공장은 보통 ‘무역부’라고 불리는 수출회사를 통해 주문을 받는다. 중간 과정 없이 직접 공장과 거래하고 싶지만 접근이 어려운 업체들이 많았고, 권 과장은 홈페이지와 SNS로 홍보하면서 직접 판로를 찾아나갔다.

 

또 다른 영업 전략은 대부분의 양말 공장이 대량 주문만 받는다는 점에 착안한 다품종 소량생산이었다. 마진이 적어 거들떠보지 않는 ‘작은 파이’들을 줍겠다는 생각이었다.

 

 

Q. 보통 양말과는 달리 소규모로도 제작을 많이 하는데, 어려운 일은 없었나.

소규모 제작이 몸과 마음은 더 힘들지만, 아들이 해보겠다는데 뒷받침은 해줘야지 않겠나. 주문이 들어오면 디자인해서 확인받고 여러 번 수정해서 제작에 들어간다. 2만~3만 개 만들면 기계를 일주일에서 열흘정도 걸려 돌리는데, 100개는 반나절도 안 걸린다. 디자인하고, 기계 열여섯 대를 관리하면서 실 주문해서 제작하다보면 어쩔 때는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다.

 

기념품 제작을 원하는 작은 업체들부터 대량 생산까지, 기술력 좋은 기업으로 OEM을 이어가던 준희어패럴은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한국의 유니클로를 꿈꾸며 따로 법인을 세워 자체 브랜드인 ‘식스 삭스(SIX SOCKS)’가 그 주인공이다. 준희어패럴의 노하우로 만든 편한 데일리 양말은 SNS에서 질 좋은 양말로 알음알음 소문이 났다.

 

Q. ‘단골공장’에 식스 삭스가 입점하면서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게도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처음 만나고 꽤 시간이 지났는데 지금도 꽤 많은 물량을 가져가더라. 식스 삭스는 이제 1년 반 정도 된 것 같은데 아직 시작 단계다. 양말은 어떤 실로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단 1mm 차이로도 품질이 확 달라진다. 우리는 같은 원사를 가지고도 ‘짱짱하게’ 양말을 짜는 편이고, 수익성이 좀 떨어지더라도 국내에서 가장 질이 좋은 실을 쓴다. 오래되고 안 좋은 실로 짜면 쉽게 망가지고 힘이 없어진다.

 

소매 브랜드를 준비하던 시기 공장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단골공장’을 만나면서 단기간에 인지도를 높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발바닥이 편안한 양말을 알아본 소비자들의 재구매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Q. 앞으로 준희어패럴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지 궁금하다.

우리 건물 1층을 보면 카페처럼 꾸민 공간이 있는데 원래 둘째가 일종의 쇼윈도처럼 양말 식스 삭스를 보여주려고 했다. 그런데 이 동네가 상권이 좋지 않다보니 아무래도 쉽지가 않았다. 좀 더 넓고 목이 좋은 곳으로 옮겨가서 알리고,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고 싶다는 포부가 있다. 우리 가족들이 다 같이 더 잘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경기신문 = 편지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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