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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SK텔레콤 사건으로 보는 계열사 간 전출과 파견

김인진 변호사 겸 노무사(재단법인 피플 미래일터 연구원)

 

하늘아래 두 개의 태양은 없지만 근로자에게는 두 개의 사업주가 존재할 수 있다. 전출이나 파견의 경우가 그렇다. 근로자는 자신을 고용한 사업주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전출이나 파견의 경우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와 근로를 제공받는 사업주가 분리된다. 최근에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계열사 간 근로자의 이동이 빈번해지면서 그 고용형태를 전출로 보아야 할지 파견으로 보아야 할지 문제가 되고 있다.

 

전출은 근로자가 원 소속 기업과의 근로계약을 유지하면서 휴직·파견·사외근무·사외파견 등의 형태로 원 소속 기업에 대한 근로제공의무를 면하고 전출 후 기업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함으로써 근로제공의 상대방이 변경되는 것으로서 근로자의 원 소속 기업 복귀가 예정돼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파견법상 근로자 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는 것을 말한다. 파견사업주란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하는 자’를 말한다.

 

언뜻 보기에 전출과 파견은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모두 자신을 고용한 원사업주와 고용관계를 유지하지만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는 회사의 지휘·명령을 받는다는 점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출과 파견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파견은 사용사업주가 허가 없이 근로자파견사업을 하는 자로부터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으면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가 부과된다는 것이다. 전출은 원사업주가 전출에 대한 허가를 받을 필요도 없거니와 전출 받은 회사에게 직접 고용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전출과 파견은 어떻게 구별해야 할까. 원사업주가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하는 자’에 해당한다면 파견이 될 것이다. 최근 대법원은 계열사 간 전출의 성격이 파견인지 문제가 된 사안에서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하는 자’란 근로자파견 행위의 반복·계속성, 영업성 등의 유무와 원고용주의 사업 목적과 근로계약 체결의 목적, 근로자파견의 목적과 규모, 횟수, 기간, 태양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해야 하고 반복·계속성과 영업성은 원고용주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음은 위 대법원 사안의 사실관계를 간략히 정리·수정한 것이다. 이 사례를 보며 SK플래닛이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그렇다면 원고가 피고(SK텔레콤)에게 직접고용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인지 함께 생각해보자.

 

피고(SK텔레콤)는 SK플래닛의 모회사이고, SK플래닛은 고유의 영업과 1조가 넘는 규모의 자산을 갖추고 있다. 피고는 티밸리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SK플래닛으로부터 티밸리 사업 조직으로 2년 6개월간 매달 8명~120명 정도 전출을 받았는데, 티밸리 사업 채용은 피고가 총괄했다.

 

피고는 SK플래닛과 사이에 SK플래닛이 전출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임을 확인하고 피고 는 SK플래닛의 전출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소요되는 인건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고, SK플래닛에게 그 외 수수료 등을 지급하지는 않았다. 티밸리 사업은 피고의 주도로 운영되었으며 SK플래닛은 관여하지 않았다. 티밸리 사업에 전출 근로자를 사용함으로써 피고는 전출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경우에 비해 초과근로수당 등을 적게 지급하는 이익을 얻었다. 원고는 SK플래닛에 소속돼 있다가 티밸리 사업을 위해 티밸리 사업 조직으로 전출된 후 티밸리 사업이 종료되자 SK플래닛으로 복귀했다.

 

SK플래닛이 장기간 대규모 인원을 전출하였고 티밸리 사업에 관여하지도 않은 점 및 티밸리 사업 관련 채용도 피고가 총괄한 점을 보면 SK플래닛 전출행위는 계열사 간 통상적인 전출행위가 아닌 티밸리 사업에 필요한 근로자들을 공급함에 그 주된 목적이 있고 반복성·계속성도 인정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SK플래닛이 전출과 관련된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지 않은 점, SK플래닛의 사업목적은 근로자파견과 무관한 점, 원고들의 근로계약체결목적도 근로자 파견을 위한 것이 아닌 점, 전출행위는 사업상 필요와 인력활용의 효율성 등을 고려한 기업집단 차원의 의사결정인 점, 파견법은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 도모를 위한 것인데 원고는 고용불안 상태에 있지 않은 점을 이유로 SK플래닛이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 사건 재판 경과는 제1심에서 전출행위로, 제2심에서는 파견으로, 대법원에서 다시 파견이 아니라고 보았다. 그만큼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하는 자’의 판단은 단순하지 않다. 자회사를 이용한 또 다른 간접고용형태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만큼 계열사 간 전출행위가 파견법상의 직접고용의무를 잠탈하기 위한 것은 아닌지 판례가 제시한 기준을 중심으로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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