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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이 세속에서 맺은 인연의 뿌리인 석가족을 멸하기 위해 코살라국의 비두다바왕이 군사를 일으키자 코살라국의 병사들이 지나가는 길목의 마른 고목 아래 앉아서 참선을 하고 있었다. 비두다바왕이 길을 지나다 부처님을 보고 왜 그렇게 앉아 있느냐고 물었다. 부처님은“마른 고목의 그늘처럼 되는 것이 친족이 멸하는 길이다”라고 대답했다. 비두다바왕이 그 말을 듣고 일단 군사를 접었다가 나중에 석가족을 멸하고 말았다. 부처님은 폭력에 의해 친족이 멸망하려는 순간에도 평화를 선호했다.
그러나 가끔 사찰폭력 더 정확히 말하면 스님들끼리 폭력을 행사하거나 스님들이 권력 또는 조폭들을 개입시켜 종권 다툼을 하는 소식은 친족이 위험에 처한 순간에도 전쟁이 아닌 평화를 선택해야 한다는 위대한 명제를 실천한 부처님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스님들에 대한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가슴 아픈 사연이 아닐 수 없다.
지난 8일 종단 개혁과 사찰 운영권 문제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태고종 총무원과 태고총림 선암사측이 선암사에서 충돌해 승려들이 중경상을 입고, 선암사는 양쪽 스님들이 경내에서 대치하는 등 세속의 폭력서클과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앞서 조계종은 보수 세력과 개혁 세력으로 맞서 개혁파가 서울 조계사를 점거하자 보수 세력이 경찰의 개입을 요청한 일이 있다. 당시 권력은 6천여 경찰을 동원하여 1998년 12월 23일 새벽 4시 30분경 특수 진압봉, 도끼, 쇠파이프로 무장하고 최루탄을 발사하며 조계종 총무원으로 난입하여 개혁파 회의를 주재하던 월하 종정 스님에게 폭언을 퍼붓고 개혁파 스님들을 구타하며 모조리 연행한 후 보수파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검소의 상징인 승복을 입고 일체의 치장을 거부한 채 머리털까지 빡빡 밀어버린 스님들 가운데 일부가 종단을 권력기구화하고, 중생들이 낸 거액의 시주 돈을 비자금으로 물 쓰듯이 쓰며, 폭력으로 사찰을 피로 물들이는 동안 열반하신 부처님의 사리를 팽개치는 결과를 빚지 않기를….
이태호<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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