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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객원 논설위원>

중국의 주자학은 국가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는 것을 최상의 덕목으로 쳤다. 기라성 같은 주자학파들이 중국의 사상사(思想史)를 호령하는 동안 충효사상은 무소불위의 권위로 통용됐다. 중국에서 주자학을 도입하여 통치의 기반으로 삼은 조선시대의 사대부들은 이 학문의 본거지인 중국보다 훨씬 철저한 규범을 세워 이것을 통치의 기반으로 삼았을 뿐 아니라 인간과 사회 전반을 규제하는 절대적 전거로 썼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왕 대신 대통령을 최고 권력자로 등장시키고 있다. 지금의 대통령은 권력을 장악하고는 있지만 왕들과는 달리 자신을 비판하고 조롱하는 국민을 즉결처분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은 자신을 철저히 추종하고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들을 중용하여 심복으로 삼거나 배짱이 맞는 사람들만 끌어들여 짝짜꿍 코드를 엮어갔다. 많은 국민은 이러저런 대통령의 충복(忠僕)들을 국가의 충신(忠臣)으로 여기지 않으며, 그들에게서 아무런 감동도 받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얼마 전 주인의 사정으로 대전광역시로 보내졌던 진도개가 자신을 길러준 주인을 찾아 전남 진도군 의신면 돈지리로 달려가는 놀라운 충성심을 발휘하여 사람들을 감동케 한 적이 있다. 올해 2월 중순에는 진도군 의신면 옥대리에서 주인 박완수씨가 지병으로 숨져 운구돼간 후 10일 동안 주인의 침대 위에 엎드린 채 식음을 전폐한 충견이 화제가 되었다. MBC는 2월 27일 ‘TV 특종 놀라운 세상’을 통해 원래 털이 검정색이었지만 자신을 아껴주던 주인이 간암으로 숨지자 1년 만에 하얀 털로 변해 일본인들을 감동시킨 충견 이야기를 방영했다.

이렇듯 인간에게 충성하는 개를 우리나라 사람 중 일부가 정력에 좋다는 이유로 마구 잡아먹는다. 사람들은 흔히 저질 인간을 향해 “개새끼!”, “개만도 못한 자식!”이라고 욕한다. 개는 인간을 잡아먹지 않고, “인간만도 못한 개”란 말도 안 한다. 하지만 인간은 언제까지 충견을 때려잡고, 충견을 비하하는 욕설을 계속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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