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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화려한 휴가’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여름 휴가철엔 사람들이 줄을 지어 도시에서 산이나 바다로 빠져나간다. 일상생활이나 묶여있는 업무에서의 탈출은 자유의지를 지닌 인간에게는 휴식과 충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나 휴가를 즐기는 성인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어떤 사람이 이러한 휴가에 ‘화려한’이란 형용사를 붙이고 휴가비나 휴가에 따른 보상을 톡톡히 해준다면 휴가 대상자들은 더욱 신바람이 날 것이다.

‘화려한 휴가’는 12·12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신군부가 1980년 5월 18일 0시를 기해 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심야에 무장군인들을 동원하여 각 대학을 점령하고 주요 반정부 인사들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대학생과 시민들이 집단으로 항거한 광주·전남지역에 계엄군을 투입하여 진압할 때 쓴 작전명령이다. 이 휴가는 전두환씨와 김대중씨의 대결이 몰고 온 비극의 신호탄이었다.

광주민중항쟁 또는 광주민주화운동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투쟁은 광주시민들이 전두환씨를 정점으로 한 정치군인들이 야당 지도자이자 전라도의 희망이었던 김대중씨를 체포하자 “김대중을 석방하라. 전두환을 찢어죽이자”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목숨을 건 항쟁을 시작, 이를 진압하려던 2만여 계엄군의 총칼 앞에서 사상자들이 빈발하자 무장을 했으며, 열흘 동안 양쪽에서 사망자 207명, 부상자 2천393명, 실종 등 기타 희생자 987명이란 엄청난 비극을 수반했다. 이 투쟁이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동력(動力)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27년 전 그 비극과 영광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가 25일부터 전국의 주요 개봉관에서 상영되고 있다. 이 영화는 첫 주의 주말 전국 관객이 100만 명을 넘어서며 주말 국내 박스 오피스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정치색을 배제하고 휴먼다큐 형식으로 제작된 이 영화를 범여권 대선 주자와 여당 의원들이 줄지어 관람하며 대선에서의 플러스 요인을 거론하고 있다 한다. 희생의 열매를 따먹으려는 사람들은 말이 많은데 5월의 하늘 아래서 가신님들은 말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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