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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 전 성균관대학교 수학과 교수가 판결에 불만을 품고 귀가하던 박홍우 부장판사를 석궁으로 쏴서 3주간 치료해야 할 상처를 입혀 구속 기소된 상태에서 15일 서울 동부지법 형사1단독 김용호 판사에 의해 징역 4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피고는 즉시 항소할 뜻을 밝혔다. 대학교수와 부장판사 모두 지성인이다. 지성인간의 대결을 한쪽이 동료의 편을 들어 심판하는 절차는 어차피 불공평하기 마련이다.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제자들을 중심으로 피고인을 위한 구명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피고인을 돕는 카페가 인터넷에 여러개 설치된 사실은 단순히 약자에 대한 동정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진리 수호에 대한 젊은이들의 열의가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김 교수가 입시문제의 오류를 지적한 후 학교재단으로부터 해직처분을 받고 법정다툼으로 비화한 후 법원이 학교 편을 들어 진리를 뭉개려 했다고 확신한 데서 출발한다. 다시 말하면 이 사건은 대한민국에서 진리와 양심이 어느 정도로 대접받는가를 가름하는 시금석이 되고 있다.

모든 양심범 또는 확신범은 법이나 설득으로 꺾이지 않는 양심과 확신이라는 두 버팀목으로 선다. 가령 독재정권이 인권을 근본적으로 유린하는 법을 제정했으며, 법관들이 악법과 독재자의 편에 서서 재판을 한 유신시대에 수많은 양심범 또는 확신범들이 구속돼 재판을 받으면서 법관들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았을 때 사법부의 권위는 크게 훼손됐다. 그보다 차원은 낮지만 잡범들이 법원 건물이나 법관들을 향해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고 외쳐대도 사법부의 권위는 상당 부분 손상된다.

그러나 모든 폭력은 평화의 하위 개념이다. 분쟁은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상수다. 이러한 원리적인 입장에 서면 김명호 교수는 죄인이다. 다만 정의와 불의는 관점에 따라 위상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김 교수가 정의를 위해 살고 정의를 위해 죽겠다고 결심하면 법의 이름으로 단죄하기 어려운 의인이 될 수 있다. 석궁테러 재판은 꽤 미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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