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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식칼럼] ‘한국철도대학’ 억지 이전 반대한다

 

의왕시 소재 한국철도대학(한철대)의 사립화 및 지방이전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고조되고 있다. 문제를 이르킨 것은 참여정부였다. 당시 건설교통부(건교부)는 수도권정비법과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워 고려대측과 통폐합 협상을 벌였으나 서로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양해각서(MOU) 체결에 실패했다.

 

협상에 실패한 건교부는 백지화를 공표하던지, 아니면 새로운 대안을 내놓았어야 옳았는데 침묵으로 일관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한철대의 사립화와 지방이전을 설현시켜야겠다는 미련 탓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개편된 국토해양부(국해부)는 3월 31일 지금까지 알려졌던 것과는 사뭇 다른 일련의 해명을 내놓았다.

 

즉 “건교부 시절 이 문제가 많이 진행된 바 있지만 새 정부들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으나 결론 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밝힘으로써 세간의 항설과 거리가 있음을 시사했다. 바꾸어 말하면 지금까지 수없이 설왕설래했던 풍문과 언론 보도가 아주 근거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진실’은 아니다라는 것으로 해석할만한 내용이었다. 이같은 언급은 한 때 실의에 빠져 있었던 의왕시와 시민에게 희망을 안겨 주면서 동시에 격한 한철대 지방이전 반대운동을 촉발시켰다.

연초부터 시작된 한철대 지방이전 반대 의왕시민 서명운동은 단 6일만에 3만8천명에 달했고 그 뒤에도 계속돼 이미 4만명이 넘었다. 이는 의왕시와 의왕시민이 한철대 존치를 얼마나 열망하고, 지방이전을 반대하는가를 보여주는 증표다. 아무튼 한철대 문제는 그간에 왁자지껄했던 ‘거품’이 빠지면서 이제 ‘진검승부’의 날이 임박한 분위기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더 이상 끌고갈 논란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공기업의 민영화에 역점을 두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입장은 참여정부와 달라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현 정부는 참여정부와 달리 수도권정비법과 지방균형발전에 있어서 유연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출범 100일이 지난 현재까지는 딱 부러지게 달라진 것이 없다. 비수도권의 반발을 의식한 탓도 있겠으나, 한철대를 사립대화해서 지방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더 나아가 정부 부담을 덜어야겠다는 속내가 아주 없지 않아 보인다.

 

반면에 의왕시와 한철대, 경기도와 1천100만 도민, 그리고 지역의 학계와 경제계의 관점은 정부측과 크게 상반된다. 우선 경기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수정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지방균형 발전을 내세워 알토란 같은 기관들을 지방으로 빼가려는 것도 눈골 사납기는 마찬가지다.

 

시장경제를 추구하고,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나라에서 조금 낫게 산다고 가진 것을 억지로 앗아 선심 쓰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완숙 단계에 도달한 대학을 사립화해 지방으로 내쫒으려는 발상이야말로 고약하고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균형발전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방법과 수단이 적절지 않다는 것 뿐이다. 알다시피 한철대는 1905년(광무 9) 철도리원양성소로 출발해 1977년 철도전문학교, 1979년 철도전문대학, 1999년 3년제 한국철도대학으로 성장했다. 뿐만 아니라 철도기술연구원, 철도성능시험연구소, 철도박물관 등과 함께 한국 철도 인프라의 주축 역할도 하고 있다.

 

이는 100년 역사가 만들어낸 고귀한 자산이면서 결과인 것이다. 또한 이같은 성장 배경에는 의왕시와 의왕시민의 알뜰한 관심과 성원 탓이 컸을 것이다. 그런데 이해하기 어려운 명분을 내세워 지방으로 이전시키겠다니 시민과 시민단체가 가만 있을리 없다.

한동안 소극적이던 경기도도 발 벗고 나섰다. 도내 유일의 국립대학인 안성 한경대학과 통폐합해서라도 한철대를 4년제 국립대학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대안이다. 문제는 납득하기 어려운 국해부의 태도다. 3년제 한철대를 4년제로 전환하면 전문대가 없어지고 일반대를 신설하는 꼴이 되므로 4년제 전환은 불가하다면서 인구 과밀을 문제 삼고 있다.

 

4년제 대학으로 바꾸면 학생과 교직원수가 늘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린벨트가 60~70%나 되는 의왕시에 인구 억제 운운하는 것은 넌센스다. 의왕시는 이제 생동감을 되찾아 가는 군소 도시다. 도시 기반도 약하다. 때문에 정부로서는 도와 주어야할 입장인데 의왕시의 희망이며 미래라고도 할 수 있는 한철대를 빼간다면 의왕시가 어찔될지는 명약관화하다. 의왕시에 뿌리내린 한국철도대학이 의왕시에 존치해야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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