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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복수국회라도 허용된다면

 

이제 국회는 장기 공백상태가 불가피해졌다. 여야 모두 자기주장만을 늘어 놓고 있어 국민들은 죽을 맛이다. 미디어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간 극한 대치로 몸살을 앓았던 6월 임시국회 회기가 25일로 끝났다. 산적한 민생 법안은 장기간 표류할 공산이 커졌다. 6월 국회에서 처리를 고대 했던 민생법안 처리는 물거품이 되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안건은 3천500여건에 달한다.

이처럼 산적한 민생현안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비정규직법안으로 이는 정치권은 물론 노사 이해당사자들의 사회적 합의 미비로 인해 대타협을 이뤄내기가 결코 쉽지않은 사안이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비정규직 근로자의 해고사태는 속속 현실화되고 있다. 복수노조 허용과 노동조합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등 노사의 입장차가 첨예한 쟁점들도 줄줄이 정치적 해결을 기다리고 있다.

공무원연금 재정의 안정을 위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개정이 미뤄짐에 따라 하루 12억원의 재정부담 요인이 생기고 있지만 23일로 예정됐던 상임위 전체회의가 열리지 못하면서 세종시법과 함께 9월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영세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재래시장육성특별법, 통신·카드수수료 부담을 완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및 여신전문금융업법, 악덕사채 근절을 위한 대부업법 등 한시가 급한 민생 법안들도 여전히 먼지 속에 묻혀 있다.

이 밖에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초중등교육법,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청년실업해소특별법 등도 미디어법 후폭풍으로 인한 ‘정치 실종’ 속에 장기 표류하는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법안들은 언제 처리될지도 모르는 ‘국회 미아’가 되고 말았다.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강행 처리하고 이에 맞서 민주당이 장외 정치를 통한 대여투쟁을 본격화하면서 여야가 비정규직법 등 민생현안의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숙의할 가능성은 당분간 없어졌다. 민주당은 미디어법 원천무효를 이끌어내기 위해 시동을 건 장외투쟁을 길게는 9월 정기국회에도 계속하며 등원 거부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민생법안은 오랫동안 방치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될 공산이 크다.

특히 민주당이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더라도 정기국회는 애초 예산국회인데다 여야 공방의 장인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고, 10월 재보선이라는 큰 정치일정마저 기다리고 있어 민생현안은 자칫 여야 정치권의 시야 밖으로 내팽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미디어법 원천무효를 선언하며 거리의 정치를 재개했고, 한나라당은 “또 가출정치냐”며 민주당을 비판하면서도 여야 대화보다는 당·정·청 쇄신을 통한 국면전환 드라이브를 본격화하기로 하는 등 서로 제 갈 길만을 가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야는 언제든지 필요한 국회 상임위를 소집해 산적한 민생현안을 논의할 수 있지만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의 의지부족과 제1야당인 민주당의 장외투쟁 방침이 맞물리면서 ‘반쪽 상임위’가 되거나 형식적인 상임위 논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여야는 또 민심수렴을 명분으로 내걸고 각각 지역 민생탐방, 전국순회 시국대회 일정을 내놓았지만, 이 또한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고 여론전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한나라당은 의원총회를 통해 하계 민생대책 논의와 예결특위 차원의 민생반 가동, 기획재정위·국토해양위·지식경제위 소속 의원들의 현장방문 등을 통해 지역 민생문제와 여론을 청취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전국을 돌면서 시국대회를 개최하고 ‘국민속으로, 언론악법폐기 100일 대장정’이라는 이름으로 거리홍보전, 1천만명 서명운동 등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여야 모두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댈 생각은 없고 9월 정기국회까지는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여야 의원들은 8월 정치 하한기를 앞두고 의원외교 차원의 해외방문 일정을 준비 중이어서 빈축을 사고 있다.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선진국 낙농·화훼산업 현장시찰을 목적으로 내달 23-30일 네덜란드와 스페인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지식경제위도 8월 중순께 3-4명 규모의 의원외교단을 구성, 원자력발전소 현황 시찰을 위해 유럽 방문을 추진 중이다. 또 한나라당 소속 의원 20여명은 27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백두산을 방문하고, 일부 여야 의원은 의원외교 차원에서 27일부터 일주일간 세르비아, 알바니아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당분간 국회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의 열띤 공방과 논의는 찾아 볼수 없게 됐다. 답답한 여름 휴가가 몰려오고 있다. 복수 국회라고 허용된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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