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승은 시작일 뿐 다음을 기대하라.'
한국축구대표팀 사령탑인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이 목마르게 고대하던 첫 승을 거두고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코엘류 감독은 지난 31일 일본과의 도쿄 원정경기에서 안정환(시미즈)의 결승골로 데뷔 후 3경기 만에 첫 승을 올리는 감격을 맛봤다.
사실 이날 `도쿄대첩'은 결코 행운이 아닌, 코엘류 감독의 치밀한 전략에서 나온 예고된 것이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코엘류는 우선 이번 일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정신력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
도쿄 도착 후 선수들에게 "한.일전이 한국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여러분 뿐만 아니라 나도 잘 알고 있다"며 남다른 각오를 보였고, 하나됨을 요구하는 감독의 호소는 첫 승이란 완벽한 성공으로 이어졌다.
정신력 강화와 더불어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전술 변화다.
코엘류는 기존의 4-2-3-1 포메이션을 구사하면서도 수비형 미드필더 2명 중 1명을 공격에 적극 가담시켜 스피드를 동력으로 한 공격 대형에 다소간의 변화를 주며 일본의 막강한 수비 조직력을 무너트렸다.
라이벌 일본을 제물로 한 첫 승과 함께 코엘류는 잇단 시행착오를 통해 베스트 11의 윤곽을 잡음으로써 대표팀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는 데도 가속도를 낼 전망이다.
먼저 4-5-1 대형에서 `원톱'으로 통하는 최전방 스트라이커는 최용수(이치하라)가 골결정력 부재 해소에 대한 기대에 미치지 못함에 따라 당분간 안정환의 몫이 될 공산이 커졌다.
또 공격을 지휘하는 공격형 미드필더는 유상철(울산), 좌.우 날개는 설기현(안더레흐트)과 이천수(울산)가 주전을 꿰찰 가능성이 크다.
특히 `멀티 플레이어'로 불리는 유상철은 일본전에서 폭넓은 시야와 활발한 몸놀림으로 승리의 물꼬를 텄고, 후반 투입된 이천수도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측면 돌파와 수비수를 등지고 중앙을 파고드는 드리블 감각으로 코엘류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수비 역시 미드필더에 이을용(트라브존)이 가세하면서 기본 구도가 짜여졌다.
지난해 월드컵에서 왼쪽 윙백 이영표(에인트호벤)의 `대타'로 뛰었던 이을용은 이날 초반 패스 실수가 잦았지만 후반 들어 과감한 오버래핑으로 전반적인 스피드를 끌어올리면서 안정환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는 등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이에 따라 붙박이 골키퍼 이운재와 포백, 수비형 미드필더 등 7명이 맞물려 돌아가는 수비라인은 향후 송종국(페예노르트)과 이영표가 가세할 경우 한층 견고한 벽을 구축하며 코엘류호의 `엔진'으로 기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코엘류호에 미흡한 점도 없지 않다.
데뷔전인 콜롬비아전을 비롯, 3차례 평가전에서 한국은 분명 경기당 3골 정도는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 데도 불구하고 공격라인의 호흡 난조와 원톱의 결정력 부재로 이를 살리지 못했고, 최근 소집훈련에서 집중 연마한 패싱력도 기대에 못 미쳤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측면 센터링과 스루패스가 문전으로 쇄도하는 공격수들과 엇박자를 내는 것은 시급히 개선할 점으로 지적됐다.
코엘류 감독도 한 박자 빠른 패스를 기조로 한 공격 전술과 정신력 강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겠다고 밝혀 이달 초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와의 잇단 A매치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