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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공연예술과 기업오너의 마인드

이윤창출보다 즐기는 문화로
이해·사랑·관심 속 후원 필요

 

국내 최고의 전용 공연장을 표방하며 고양시가 의욕적으로 건립하고 개관한 고양아람누리 아트센터가 올해로 3년째를 맞고 있다. 고양아람누리는 철저히 장르별 전용극장으로 설계되어 오페라와 발레공연에 적합한 아람극장과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각종 클래식 공연에 국내 최적의 콘서트홀로 평가받는 아람음악당, 현대무용과 연극 등 실험 장르에 무한한 가능성을 갖춘 새라새극장의 3개 전용공연장을 보유하고 있다.

고양문화재단은 고양시의 출연금과 자체수입으로 아람누리를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의 미국발 경제불황과 신종플루로 인한 티켓판매 감소로 인하여 수입증대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고양시뿐만 아니라 전국에 소재한 모든 공연장에도 공통적으로 발생되는 사항인데 그 돌파구로 서로 의견이 모아지는 부분이 바로 기업의 후원과 협찬을 보다 적극적으로 유치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업으로부터 협찬이나 후원을 유치하는 일이 예전 같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IMF사태 이전에는 공연관련 홍보물이나 인쇄물에 기업체의 광고 노출만으로도 기업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수월하였다. 그러던 것이 몇 년 전부터는 똑같이 협찬이나 후원이라는 이름이 사용되더라도 실제로는 기업이 공연티켓을 고객 제공용으로 대량 구매하는 것으로 변화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제공사항도 기업 내의 협찬이나 후원 담당자들에게는 별다른 매력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오히려 공연계 쪽에 자신들의 기업이미지 향상에 획기적인 도움이 될 만한 다른 참신한 제공사항이 없는가 하고 되묻기도 한다. 가뜩이나 공연자체에 집중하고 열정을 쏟아야 하는 공연기획자들이 자신이 맡은 공연이 기업체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연구하는 것도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대중가수들의 대형콘서트나 상업성 뮤지컬 공연을 제외하면 공연예술분야는 결코 경제적인 모델이 아니다. 만일 충분한 이윤창출 요소가 존재한다면 아마 국내의 내로라하는 대기업 중에서 공연예술 쪽에 계열사를 가지지 않는 곳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 기업에서 공연사업을 하는 곳은 거의 없으며 대부분은 공연을 포함한 문화를 하나의 마케팅적 수단으로만 바라보지 주력사업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30년 이상을 공연계에서 몸담고 있는 필자가 보기에는 하나의 기업에 있어 마케팅과 문화예술이 결합되는 것이 단순히 순간적인 관심이동이나 즉흥적인 결정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문화예술은 이윤창출의 관점에서 수단이나 도구로 이용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자체를 사랑하고 즐기면서 생활 속에서 가까이하는 가운데 시너지효과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한다. 바로 여기에서 문화예술과 기업의 만남이 시작된다.

어떤 기업이 단순히 매출이 성장하고 사업영역이 넓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이 되지는 않는다. 기업 활동을 통한 이윤창출이 그 반대적 측면인 사회공헌활동으로서의 환원으로 이어질 때 그 기업은 보다 긴 생명력을 가지고 고객으로부터 믿음이라는 가치를 부여받게 된다. 흔히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라면 문화소외계층에 대한 봉사나 기부로 좁게 해석하는 경우가 많지만 문화예술에 대한 후원이야말로 가장 기초적이며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게 보다 인간적인 색채를 부여할 수 있다.

문화예술에 대한 후원은 근시안적인 계산에서 비롯되면 빛이 나지 않고 예술에 대한 이해와 사랑과 관심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그 효과가 커질 수 있다.

선진국에 있는 역사가 길고 사랑받는 기업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문화예술에 대한 후원과 연결이 되어있다. 오랜 관심과 애정 속에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후원은 그 기업이 펼치는 모든 사업을 보다 공익적으로 보이게 하고 그들의 제품을 문화예술적 배경이 깃든 품격 있는 명품으로 인식되게 한다. 문화예술에 대한 기업오너의 마인드는 결국 빠르게 변화하고 치열해지는 시장 경제 속에서 기업체의 장기적인 생존유무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인 것이다.

프로필
1953년 서울 출생
1974년 서라벌예술대학 연극영화학과 졸업
2003~2007년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관장
2008년~현재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
2009년 문화의 달 ‘대한민국문화예술상-대통령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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